공관위원장 발언 파장에 친명-친문 갈등 재점화
임종석 “책임 文정부에 있단 인식 동의하지 않아”
‘현역 하위 20%’ 통보 후 갈등 심화 당내 우려도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최근 예방한 자리에서 이름을 한 글자씩 딴 ‘명문정당’이 다시 언급되고 단합도 강조됐지만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 그룹 사이 갈등은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20%를 기록한 현역 의원들에게 해당 사실이 설 연휴 이후 통보되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당내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7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저희가 (지난 대선 패배 관련) 백서 작업을 안 했다”며 “백서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일이 이번 공천 관련 과정에서 벌어지게 되면 또 다른 논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을 제공한 분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은 “본인의 어떤 의견,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신 것처럼 보이니까 다들 긴장을 한다”며 “사실 대선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려면 대선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임 위원장의 전날 발언은 바로 당내 파장을 불러왔다. 경선 지역 1차 발표 자리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이 꺼낸 말인데다,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 발언한 후 2주 만에 또 한 번 언급하면서 강조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발언이란 해석이 바로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 4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일시적으로 잠잠해진 듯 보였던 친명-친문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장 4·10 총선 예비후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신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 탄생이 문재인 정부 책임 아니냐 이런 분들 말씀을 쭉 들어보면 결국 ‘왜 윤석열 검사 같은 인물을 애시당초 발탁을 했느냐’(에 있다)”라며 “그 지점에서 제가 모두가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확대되고 있는 친명과 친문 그룹 사이 대립은 ‘하위 평가 20%’에 해당하는 의원들 본인에게 통보가 이뤄진 뒤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당 내에서 나온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민주당 당헌의 ‘감산기준’ 규정을 살펴보면 전체를 기준으로 하위 1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본인이 얻은 득표의 30%가 감산되고, ‘하위 20%’ 안에서 상위 절반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경선 득표수의 20%가 깎인다.
때문에 하위 평가 통보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컷오프(공천 배제) 수준의 감점을 받는 셈이 되는데, 이 명단에 친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경우 갈등은 악화 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20%를 기록한 현역 의원들에 대해 공관위는 설 연휴 이후 개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