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설훈·박영순에 이어 탈당 시사
‘망명정부’ 새로운미래 합류 여부 주목
중성동갑 출마 의지 이어가는 임종석
“친명과 당권 놓고 겨룰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친문(친문재인)계 좌장으로 평가 받는 4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을 시사했다. 민주당 공천을 둔 계파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홍 의원의 탈당이 친문 의원들의 집단 이탈을 이끄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홍 의원은 주말 동안 거취를 고민한 뒤 내주 초 민주당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2월 29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을 암시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윤석열과 이재명을 지키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지키는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의원의 탈당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홍 의원은 이낙연 공동대표 주축 새로운미래 합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새로운미래를 “망해가는 민주당의 망명정부”라고 칭하며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가 끝나면 민주당에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홍 의원 역시 “이재명의 사당화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한 만큼 이 대표와 함께 총선 이후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의원에 앞서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 5선 설훈 의원과 친낙(친이낙연)계 박영순 의원이 민주당을 떠났다. 설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와 무소속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고, 박 의원은 탈당 직후 새로운미래로 당적을 옮겼다.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 그룹 인사들의 공천 여부도 홍 의원을 포함한 친문계 거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도 함께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출마를 희망한 서울 중성동갑에서 사실상 공천 배제됐지만 완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 공천 배제를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2월 28일 윤영찬·송갑석 의원과 함께 임 전 실장의 왕십리역 유세에 함께했다. 이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는 민주당의 현재 상황과 향후 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의원과 달리 임 전 실장은 당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전 실장에 대한 공천이 민주당 계파갈등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임 전 실장은 비명계가 주장하는 친명계 공천 탄압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당권 재탈환을 노리는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윤영찬 의원의 민주당 이탈도 끝까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전략공관위가 서울 중성동갑 후보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정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에 컷오프를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친문계를 비롯한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은 폭주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탈당은 자유”라는 말과 함께 공천 번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은 의원들이 공천을 쥐고 있는 이 대표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지만, 총선에서 패배하면 이 대표 책임론이 일파만파 번질 것”이라며 “임 전 실장과 이 대표가 당권을 두고 싸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과대해석이 전혀 아니다. 지금 상황을 봐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홍 의원과 임 전 실장은 함께 할 때는 함께하면서도, 모두 각자의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친명이 아니면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