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윤곽 이후 외인 시총 비중 30% 돌파
실적 개선 기대감에 반도체 집중 매수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년만에 30%대를 회복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되살난 데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정책으로 저평가 요인들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대표부와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을 찾아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가총액(2673조4907억원) 중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총은 803조9526억원으로 30.07%를 기록했다. 2022년 1월 26일(30.16%) 이후 2년 2개월 만에 30%대를 회복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시총 비중은 27%선까지 떨어졌었다. 지난해 28~29%대에 갇혀있었지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윤곽을 드러낸 이후 주주환원 기대감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규모만 14조2270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순매수액(12조699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와 달리, 연초 이후 기관과 개인은 각각 7조2230억원, 6조29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인은 반도체와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주를 쓸어담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순매수 1위·3조8939억원)와 SK하이닉스(3위·1조4657억원)를 ‘조 단위’로 사들였다. 이밖에도 ▷현대차(2위·1712억원) ▷삼성물산(5위·1조59억원) ▷KB금융(6067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미국·일본·대만 등 전 세계 증시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한국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반도체 실적 개선도 외인 자금을 끌어모으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대비)를 나타내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시장의 상대가격 매력과 정책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 꾸준한 영업 현금 창출 능력에도 불구하고 PBR 1배 이하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국내 반도체 2사는 HBM 모멘텀으로 이익 추정치도 상향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52∼53% 수준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각각 54.85%, 54.39%로 늘었다. 이에 그룹사별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도 삼성과 SK 그룹은 각각 0.37%포인트, 0.87%포인트 증가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은 올해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선 KT&G의 지분율(42.96%)도 1%포인트 넘게 늘렸다.
시장에선 정부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골자로 한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투자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특히 일본 증시 부양책의 성공 사례를 본 외국인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설명이다. ACGA 대표부와 해외 투자자들도 방한 첫날 25일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의 면담에도 나설 계획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추가 지원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 유입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