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내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에 대한 대규모 순매도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1400원이 갖는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에 대한 대규모 자금 이탈 현상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의 상관계수는 ‘-0.8’ 이상으로 정확히 반대 관계에 놓여 있다”면서 “1400원이 의미하는 상징적 레벨을 고려하면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번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국내 상황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강(强)달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급등세가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연초 이후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국 통화 가치는 달러 강세로 인해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웠고, 중국-일본 등 주변국 통화가치 절하도 원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준비자산 규모가 4200억달러로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 32.4%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외환 위기 직전 60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위험 수준이 크게 낮다는 것이다. 이어 노 연구원은 “과거 원/달러 환율 급상승은 직전 무역수지 누적 적자를 앞세웠던 바 있지만, 한국의 무역수지 12개월 누적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215억달러(흑자)로 무역수지 흑자와 기업이익 개선이 동반했다”면서 “중장기 관점에서도 한국의 국가 대차대조표 구성은 선진국형인 순채권국으로 바뀐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원/달로 환율을 1400원으로 고정했을 때 코스피 지수 2530포인트 수준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전환 시점으로 예측했다. 그는 “올해 19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2530포인트 이상에선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지만, 반대로 2350포인트 이하에서는 손실로 바뀌는 탓에 순매도 속도를 줄일 수 있다”면서 “무분별한 위험자산 회피 구간이 아니라면 기술적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2530포인트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10배에 일치하는 만큼 현재 변동성을 단순히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일시적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판단한다면 비중 확대에 나설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노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국내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 낙폭이 더 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향후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중동 지역 불확실성을 관찰하면서 외국인 수급 변곡점인 코스피 2530포인트 선 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코스피 업종별 마진과 공급측 유가 상승 요인간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반도체, 유틸리티 등 핵심 업종에서 부정적”이라며 “공급측 유가 상승 요인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EPS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