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3조원대 민생회복지원금 이어 “추경 편성 지혜 모아야”
거부권 2년 만에…‘제2 양곡관리법’ 등 본회의 직회부 단독 의결
與 “재정적자, 미래세대 짐 될 것…입법독주 중단해야”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22대 총선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정부·여당에 민생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예산을 요청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이 골자인 민생회복지원금 공약 추진을 요구한 지 하루 만이다. 국민의힘은 “부디 포퓰리즘을 거두라”며 반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서 시급하게 여야는 추경 예산 편성에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할 때”라며 “정부도 긴축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면서 재정도 악화되고 경제도 더 나빠지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해서 경제도 살리고 도리어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재정 건전성도 좋아질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정부 책 정부 경제와 재정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낙수 효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이 경제 정책에 적극성을 갖고 임해야 될 때”라며 “정부는 이러한 일에 대해서 국회와 함께 지혜를 모아서 추경 편성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이 대표가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과 함께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제안한 연장선이다. 이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 발언에서 소요 예산 추산치도 내놨다. 민생회복지원금(약 13조원),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 부담 완화(약 1조원),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약 4000억원),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지원(약 3000억원) 등이다. 이 대표는 “이런 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들 다수가 필요한 정책을 하는 걸 누가 포퓰리즘이라고 하느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현금의 무차별적 살포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고 물가도 잡을 수 있다는 식”이라며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확장재정 요구와 반대선상에 높인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추진해 왔다. 정 수석대변인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전쟁, 기후변화 등을 고물가 원인으로 지목하며 “근원물가는 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해, 그 방식도 이재명 대표식 지역화폐로 뿌리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무책임한 지출로 인한 재정적자는 결국 미래세대의 짐이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벌인 ‘포퓰리즘적 돈 잔치’로 인해 국가 재정이 병들었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와 관련해서도 ‘제2의 양곡관리법’ 처리를 단독 추진하는 등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단독으로 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5개 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이는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의 후속이다. 정원 19명인 농해수위 위원 중 국민의힘을 제외한 12명이 참석해 전원 가결 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고 반발했다.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정부의 재의요구 의후 국회에서 부결된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조항을 부활시켰다”며 “과잉생산 유발, 쌀값 하락, 재정 부담 증가 및 형평성 문제 등 농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와 농업인 단체도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 직회부가 의결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기준가격 이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도록 한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과잉생산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 시장 기능을 잠식하고, 오히려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많은 제도”라며 “입법 독주를 중단하고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법 및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한 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법안이라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