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연출 이미지. 기사와는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기훈련을 지시한 여성 간부에 대한 비난과 신상털기가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 비난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나친 여성혐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군기훈련을 지시한 여성 간부 A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지휘관의 나이와 이름, 출신 대학 등 개인정보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신상 털기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한 자와 받은 자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를 본 이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남성이었다면 40kg 군장을 매고 3시간 동안 선착순 구보와 팔굽혀쳐기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여성 간부는 본인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니까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자라는 이유로 징집도 없이 간부로 뽑혀 징집당한 남성들 위에 서서 고문행위를 했다"며 "여성커뮤니티에서는 죽은 병사를 조롱하는 글들도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오히려 욕하고 가해자를 감싸는 게 정상이냐"며 "오히려 '남혐'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여성커뮤니티 등에서는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피의자가 남성이었다면 이정도로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 "이번 사건의 피의자의 성별과는 관계가 없는 사건"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지만, 구보까지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병들이 연병장에서 완전군장 구보를 하는 현장에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대위)이 다른 감독 간부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망한 훈련병은 쓰러지기 전에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지시할 수 있다.

숨진 훈련병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 당국은 중대장 등에게 이 같은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취지로 사건을 28일 강원경찰청으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