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의협 주도 전면 휴진·총궐기에 환자들 분통
“진료 차질 생길까 애타”…한목소리 토로
[헤럴드경제=안효정·박지영 기자] “혹여라도 진료에 차질이 생길까봐 가슴이 벌렁벌렁해요. 말도 마요. 잠도 당연히 못자고 안 보던 뉴스도 온 가족이 챙겨봅니다. 환자들은 아주 애탑니다.”
18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80대 간암 환자 A씨가 한숨 쉬며 말했다. 이날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 개최일이다. A씨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더이상 환자들을 불안케 하는 일을 의사들이 스스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제는 ‘휴진’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술이 바짝바짝 탄다”고 토로했다.
이날 의협 주도로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하루 휴진에 돌입했다. 환자들은 ‘진짜 의료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등 불안감을 내비쳤다.
김모(38) 씨는 전날 고열에 시달리던 16개월짜리 자녀를 붙들고 대학병원 뺑뺑이를 돌다 이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겨우 입원 수속을 밟았다며 하소연했다. 김씨는 “아이가 어제 갑자기 열이 40도까지 올라 119를 부르고 대학병원 대여섯 곳을 돌았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다행히 고대 병원에서 받아줬는데, 집단휴진을 하면 이런 경우엔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호소했다.
이어 김씨는 “사람 목숨 갖고 이러는 걸 보니 의사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며 “사태가 길어져도 너무 길어졌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남편의 진료를 돕기 위해 고대 안암병원을 찾은 추모(69) 씨도 “정부의 압박도 심했기 때문에 의사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건 환자다. 양쪽이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의료계 집단휴진이 본격화하면서 중증환자들도 거듭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전국 의대 교수들과 의협 일부 의사들이 국민 지탄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단휴진에 들어갔다”며 “최고 의료인이자 교육자들인 이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개쳤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집단휴진 의사들에 대한 정부 처벌도 촉구했다. 연합회는 “정부는 불법을 방치해선 안된다”며 “그간 의료대란에 미온적 대응으로 지금의 사태 악화를 불러왔다. 힘센 자들에게만 법을 물렁물렁하게 들이댄다는 국민원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 힘 있는 자든, 없는 자든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가치를 확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불법에 가담한 의사들을 예외없이 행정처분과 사법처리, 그리고 면허박탈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는 주제로 총궐기대회를 연다. 이날 대회에서 의협은 공연과 가두행진 등을 통해 정부 의료정책의 부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의협은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불가피하게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소식을 전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예정대로 휴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