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통합 영업익, 전년比 53.3% 증가
HD현대일렉·LS일렉은 분기 최대 실적
AI 데이터센터 수요 등에 호실적 행진
2분기 수주잔고 16조6000억원 수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올해 2분기 4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장과 전기화 추세, 노후 전력망 교체시기 도래 등으로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가 늘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각 사가 이미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가운데 선별 수주를 통해 질 좋은 일감을 꾸준히 따내고 있어 실적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3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8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건설업을 함께 영위하는 효성중공업의 실적을 중공업 부문으로 한정하면 3사 합산 영업이익은 3846억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74.2%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이룩한 건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69억원, 2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7%, 257.1% 증가했다. 이는 단일 분기 기준 최대 실적으로 북미·중동 지역 매출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성장했다.
LS일렉트릭 역시 분기 기준 최대인 10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주력인 전력기기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783억원에서 올해 2분기 1072억원으로 36.9% 증가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비중이 45%까지 늘면서 매출·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건설 부문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2분기 62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지만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은 650억원으로 작년 3분기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수익 계약에 대한 매출이 본격적으로 인식되면서 영업이익률도 8%를 상회했다.
전력기기 3사의 호실적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유럽·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전력망 현대화 움직임, AI 시장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등이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슈퍼사이클’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생성형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비 수십 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고용량·고성능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가 2020년 2350억달러(약 321조원)에서 2030년 5320억달러(약 727조원), 2050년 6360억달러(약 869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매출 증대를 기대하게 한다. 각 사에 따르면 3사의 수주잔고는 현재 16조6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HD현대일렉트릭이 52억5200만달러(약 7조2000억원)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고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건설 제외)의 수주잔고는 각각 2조8000억원, 6조6000억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 좋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따내는 한편 생산능력 확대와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늘어나는 전력기기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각각 272억원, 180억원을 투자해 신축 및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앨라배마 공장에 변압기 완제품 보관장을 만들어 추가 생산여력을 확보했다. 생산능력 확충과 함께 친환경 제품군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기술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5월 부산사업장의 변압기 생산능력 증설을 결정하고 592억원을 투자해 국내 변압기 제조기업인 KOC전기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내 판매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현지 업체와의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지난 6월 미국 멤피스와 경남 창원에 있는 변압기 공장 증설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신규 증설 중심으로 수익을 늘리고 유럽에는 환경친화적 전력기자재 연구개발센터를 세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 등 전력 수요가 앞으로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력기기 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