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불법 이민자 ‘가족 함께두기’ 프로그램

공화당 장악 16개주 소송 제기...시행 일주일만에 중단

바이든, 텍사스 법원 불법이민자 구제정책 제동에 “잘못된 명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연방 지방법원의 불법 이민자 구제 정책 제동에 대해 “잘못된 명령”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텍사스주 (연방) 지방법원은 가족을 함께 있게 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중단시키는 결정을 했다”며 “그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가족들은 불필요하게 분리돼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은 함께 지낼 수 있어야 하며 우리 정부는 그들을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바이든 행정부는 10년 이상 계속 미국에서 불법 체류한 이민자가 미 시민권자와 결혼한 경우 당사자와 그의 자녀(21세 미만)에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인 ‘가석방 지위(parole in place)’를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고 결격 사유가 없는 불법 이민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승인을 받으면 3년 이내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영주권을 따기 전에도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19일부터 ‘가족 함께두기’란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하지만 텍사스주를 비롯해 아이다호,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아이오와, 캔자스 등 공화당이 장악한 16개 주 정부가 이 정책에 반기를 들며 지난 23일 합동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일단 제동을 걸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불과 시행 일주일 만에 중단을 맞게 됐다.

J. 캠벨 바커 텍사스주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26일 해당 정책 시행을 최소 2주 동안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바커 판사는 “이 청구는 상당한 중요성이 있으며 법원이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송을 주도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 정책이 “텍사스와 나라 전체를 해치고 있는 불법 이민 재앙을 적극적으로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방법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출국한 후 합법적으로 재입국해 거주 허가를 받지 않고는 영주권 등 대부분의 이민 혜택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의 국토안보부는 현행 연방법을 준수하는 대신 불법 체류자 130만명이 연방법을 무시하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반발했다.

바커 판사는 해당 정책 시행을 당장 중단하게 해 달라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일시 보류를 명령했지만 추가 검토를 거쳐 이런 조처를 다시 해제할 수 있다.

또 보류 명령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정부가 항소하면 소송은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정책 수혜 자격에 부합하는 대상자가 50만명, 그들의 자녀가 5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민법 개혁을 지지하는 비영리 로비단체 FWD.us(Forward US)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든 주 중 가장 많은 12만명의 사람들이 지원 자격이 있다고 추정했다. 만약 그들이 시민권을 얻게 된다면 미 경제에 16억달러(약 원)를 추가로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텍사스의 자격 대상자는 11만1000명, 플로리다는 2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정책 수혜 자격을 갖춘 이민자들은 평균 20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다고 FWD.us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