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던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급락하면서 29일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간밤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지난 2분기 300억4000만달러(40조1785억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년 전보다는 122% 급증했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AI 칩 블랙웰도 올해 4분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4분기 블랙웰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실적 호조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흘러내렸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전인 정규장에서 선제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2.10% 하락 마감했다.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6% 안팎으로 추가 하락 중이다. 시간 외 주가는 한때 8%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시장은 매출 총이익률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하고, 시장 예상치 상회폭이 이전보다 줄어든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 증시는 움츠러들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9%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60%, 1.12% 내렸다. 거대 기술주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모두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0.78%), 애플(-0.68%) 아마존(-1.34%), 테슬라(-1.65%) 등이 일제히 내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83%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공동 운명체'로 여겨지는 국내 증시도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뚜껑을 연 엔비디아 실적은 서프라이즈(기대 이상) 했지만, 시장 반응은 쇼크 수준"이라며 "최근 지지부진했던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의 차익실현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02% 오르며 강보합 마감했다. 장중 약세 흐름을 보이다 장 후반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이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경계심으로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자들이 장 후반 반도체주 매수에 배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과 기관이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전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최근 반도체주 급락을 야기했던 'AI 거품론'이 되살아날지, AI 사이클이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을 살펴보면 나쁠 게 없었다"며 "엔비디아가 8월 초 폭락 이후 전고점 부근까지 빠르게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미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 부분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어 실적 발표 당일 셀온(고점 매도) 물량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늘 국내 증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이지 실적 추세나 AI 사이클에는 별다른 훼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