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청도 일대 620㎞ 직접 주행해보니

승차감·내연기관차에 가까운 주행감 뛰어나

B세그먼트 명가…소형SUV지만 적재공간도 발군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외관 모습.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뮤지컬과 영화, 만화로도 리메이크되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는 주인공 도로시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로 ‘사자’가 나온다. 사자는 남을 배려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그는 용맹한 사자가 되고 싶다. 소설 말엽, 그는 자신의 세심한 성품에서 용맹함의 단초를 찾는다. 약자를 구하고 숲의 왕에도 오른다. 가장 자신다운 모습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푸조가 국내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최초의 전동화 모델 푸조 e2008 SUV는 이런 맥락에서 ‘변화’를 꿈꾸는 푸조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동차다. 전동화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내연기관차로서의 강점과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스텔란티스그룹 고유의 가치는 그대로 계승했다. 최근 푸조 2008 SUV를 타고 서울~충청도 일대를 약 620㎞ 주행하면서 차량의 매력을 살폈다.

이날 탑승한 e2008 SUV 모델은 사자 갈기색을 연상시키는 짙은 오렌지 색상이었다. 차량의 전면과 후면부로 박힌 은빛 사자 앰블럼은 차량이 푸조 제품임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전면부는 가로 황색 무늬로 인상을 준 라디에이터그릴이 인상적인데, 여기에 세 개의 선으로 이뤄진 헤드라이트가 양옆에 위치하면서 강력한 임팩트를 더 했다. 측면과 후면부는 각진 형상을 주면서 강한 인상을 고스란히 이어가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흡사 ‘사자’다운 용맹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실내에서는 아담하지만, 실속은 갖춘 7인치 HD스크린과 토글 스위치가 각진 형상으로 차량의 날렵한 형상과 잘 매치됐다.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실내모습. [김성우 기자]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실내모습. [김성우 기자]

차체는 소형 SUV로 분류되는 컴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제원상 크기가 전장 4305㎜, 전폭 1770㎜, 전고 1550㎜, 휠베이스 2610㎜ 수준으로 아담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차량은 실내에 앉아보면 크게 작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레그룸 공간이 살짝 비좁게 느껴지지만, 주요 타깃층이 될 여성 운전자에게는 충분한 크기로 보였다. 2열 공간은 좁지만, 소형 SUV 치곤 나쁘지 않았다. 트렁크 기본 공간은 434ℓ로 넉넉한 편이고 뒷좌석을 폴딩할 경우 최대 1467ℓ까지 늘어나서 ‘당근’을 즐기는 1~2인 가구도 쉽게 활용가능해 보였다.

내·외관 디자인을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 푸조의 감성을 잘 살리면서도, 이전에 둥근 인상보다는 강인한 느낌을 주려 힘쓴 듯한 인상이었다. 크진 않지만, 합리적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탁월해 보였다.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트렁크 모습. [김성우 기자]

차량의 또 다른 매력점은 주행중에서 나왔다. 시동 버튼을 켜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니, 내연기관 차량에 탄 듯한 떨림이 핸들에 전해졌다. 흔히 ‘전기차 멀미’라고 불리는 이질감 대신 진동과 감성, 여러 부분에서 익숙한 감성이 느껴져 즐거웠다.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m로 언뜻 성능은 부족해 보이지만,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에서 모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공차중량이 1605㎏에 불과해 되레 차량이 날쌘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핸들링이 가볍고,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어서 아주 심한 요철 구간을 지나지 않을 때는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주로 오래된 도시가 많아 도로 폭이 넓지 않은 유럽의 감성에 맞게 세팅된 고유한 푸조만의 설계다. 우리나라 도시 주행환경이 유럽 큰 도시들을 닮아가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주행가능거리와 편의 기능이다. 차량의 공인 주행거리는 260㎞로 장거리 주행에서는 꾸준히 전기차 충전소를 찾게 될 수밖에 없는 사양이다. 국산 차량의 인터페이스 조작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크루즈 컨트롤과 스톱앤 고 보조시스템을 조작하는 방식이 낯설고, 스마트폰 미러링과 내비게이션 사용도 아직은 힘든 점이 많았다. 또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작동 과정에서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외관 모습. [김성우 기자]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외관 모습. [김성우 기자]

하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는 모든 게 이해된다. 국내 시장에서 알뤼르, GT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5290만원과 549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친환경차 보조금이 더해질 경우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까지 저렴해진다. 스텔란티스그룹이 국내 금융사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국산 차와 비교했을 때도 더욱 저렴하게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차량은 경제적인 전기차 모델을 찾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입문용으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행가능거리가 길진 않지만 도심 주행용으론 손색이 없고,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도 빠진 모델이라서다.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나 경제적인 세컨카가 필요한 직장인에게도 탁월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비전 담은 아기사자…이질감 적어 ‘전기차 멀미’ 없어 [시승기-푸조 e2008 SUV]
푸조 e2008 SUV 외관 모습.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