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만을 위한 예식이 대세 주례사 대신 양가 부모 축사 겉치레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신혼여행·혼수는 아낌없이 집도 빌라·오피스텔 등 다양화
결혼 풍경이 바뀌고 있다. 경기 불황과 겹친 결혼의 새풍속도는 다름 아닌 ‘나만을 위한 웨딩’이다. 특히 신세대의 결혼관이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남을 의식한 결혼식’이 아닌 ‘나만을 위한 결혼식’이 유행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결혼은 꼭 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신세대 커플들을 지배하면서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방식을 추구하는 결혼 트렌드도 생기고 있다.
요즘 신세대 결혼식 콘셉트는 단연 ‘남을 위한 결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결혼’이다. 집안 대 집안의 결합으로, 결혼은 어느정도 예를 갖춰야 한다는 기존관념을 신세대 커플은 대체로 거부한다. 그러다보니 남과 집안을 의식했던 결혼식 풍경은 철저히 커플들을 위한 예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2·5면 최근엔 ‘영화 속의 결혼식’과 같은 소규모 하우스웨딩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우스웨딩으로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인 박모(35) 씨는 “딱딱하고 의례적인 주례사 대신 부부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양가 부모님이 축사를 하는 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며 “친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으며 오후내내 즐기는 파티와 같은 결혼식에 하객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 정말 행복한 결혼식을 보냈다”고 했다.
합리적인 결혼식을 찾는 ‘셀프웨딩족(族)’ 증가도 새 풍속도다. 합리적인 결혼식이라고 무조건 자린고비처럼 ‘아끼는’ 결혼식이 아니다. 최근 커플들은 결혼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대신 집이나 신혼여행 또는 혼수가구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식에 치를 돈은 아끼되, 신혼여행은 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럭셔리하게 다녀오겠다는 커플도 많다.
듀오웨드의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실제 총 결혼자금은 주택비용을 포함해 평균 2억3798만원이었다. 이중 예식장 등 예식비용은 약 1890만원, 신혼여행ㆍ혼수 등 ‘예식외 비용’은 약 5073만원이 소요됐다. 이는 웨딩비용 등 결혼식 비용 비율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웨딩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그렇다고 예식 외 비용에 사치하는 이들만 있지는 않다. 합리적 소비자도 주류를 이룬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주택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않고 빌라나 오피스텔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빌트인’의 소형 아파트 수준의 오피스텔에서 신혼집을 꾸미는 커플도 적지 않다.
이같은 결혼 풍속도 변화는 최근 신세대들의 결혼기피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웨딩업체 관계자는 “결혼이 필수라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선 사라지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기들 방식‘으로 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과 직결돼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 결혼관은 크게 달라졌으며, 불황시대가 가져온 그늘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결혼은 물론 연애마저도 사치로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는 게 웨딩업체 측의 설명이다.
최근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에 대한 인식 평가’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한다’ 의견은 30%에 불과했다. 열명 중 일곱명은 결혼은 안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결혼 커플은 24년만에 3분의1 이상 줄어들었다.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결혼 포기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