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남민 기자] # 올해 서른이 된 미혼여성 송(30) 모씨는 5년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3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모아둔 결혼자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양쪽 집안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 둘 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송씨는 지인들의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 3년 차 회사원 강(32) 모씨는 주변에 향후 2년간은 솔로로 지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주택 대출 문제로 헤어진 경험이 있어,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데이트에 드는 비용을 아껴 결혼자금을 모은 뒤 결혼 상대를 만나고자 계획했다. 하지만 가끔씩 결혼적령기를 놓치면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 걱정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 김혜정, www.duo.co.kr)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남녀 327명(남 156명, 여 171명)을 대상으로 ‘미혼남녀의 결혼자금’에 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66.4%가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혼자금 저축 목표는 남성이 약 6,272만원, 여성이 약 4,579만원이다.

하지만, 미혼남녀의 64.5%가 스스로의 힘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했고, 67.9%는 ‘결혼자금이 부족하다면 결혼을 미루겠다’고 응답했다. 결혼자금 부족으로 결혼을 미루는 세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족한 결혼비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남성은 ‘대출’(42.9%), 여성은 ‘예단∙예물 생략’ (33.3%) 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남성은 ‘부모님 도움’(32.7%), ‘주거 규모 축소’(14.1%) 순으로 답했으며, 여성은 ‘부모님 도움’(22.8%), ‘결혼식 규모 축소’(17%) 순으로 대답했다.

결혼자금 대출이 필요한 이유로 전체 76.1%가 ‘주택 마련 비용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순으로 나타난 ’예식 진행 비용 부족‘, ’혼수 마련 비용 부족‘은 각각 11%, 8.9%에 불과했다. 주택 마련 비용이 결혼자금 부족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미혼남녀는 결혼 상대자의 결혼비용 대출 한도로 약 3,26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1000만원~2000만원 미만‘(34%), 여성은 ’4000만원~5000만원 미만‘(24.6%)까지 결혼 상대자의 결혼비용 대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연인이 결혼자금 부족을 이유로 결혼을 미룬다면 언제까지 기다리겠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44.9%가 ’2년~3년 미만‘, 여성 45.6%가 ’1년~2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김승호 듀오 홍보팀장은 “억 단위가 넘어가는 결혼비용은 결혼적령기인 30대 초반 남녀가 스스로 마련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라며, “설문결과에서도 갈수록 치솟는 결혼비용이 결혼을 늦추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