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휠체어 탄 아버지, 말투 어눌한 어머니 답답한 듯 가슴 “퍽퍽” 내리쳐
피고인 박대성 시종일관 고개 숙여...변호사 “살인 예비 혐의 인정 못해” 변론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심야 시간대에 퇴근길 10대 여학생(검정고시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성(30)에 대한 재판이 26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316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속행공판에서 피고인 박대성과 변호인은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흉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살해 목적이 있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 형사중법정에서 살인과 살인예비 혐의 죄목으로 기소된 박대성에 대한 두 번째 속행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제출된 증거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수갑을 차고 입장한 박대성은 머리를 길렀고 하얀색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감쌌으나 왼쪽뺨 귀밑머리에 세로 10cm, 가로 3cm의 ‘역삼각형’ 검정문신이 선명했으며, 고개 숙인 목 정면에는 포악한 형상의 도깨비 모양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시종 일관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착석한 박대성은 살인을 인정하느냐는 부장판사의 질문에 “네. 그렇다”고 짧게 답변했고 나머지 변론은 변호사가 그의 변론을 맡았다.
변호인은 지난 첫 공판 때처럼 살인 여부에 대해서는 “이의없다”며 인정했지만, 10대 여성 살인 이후 흉기를 소지한 채 술집과 노래방에 들렀다는 이유로 제기된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추가 살인 정황이 확실하다며 CCTV 화면을 캡처한 CD 등을 추후 공판에서 제출해 범죄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대성에 대한 3차 공판은 12월 10일 오후 5시에 같은 법정에서 5시에 열리며 서증 조사, 검찰이 제출한 CD 재생, 유족 진술 등을 거쳐 재판을 마치고 검찰 구형을 진행키로 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부친과 다문화 가정인 모친이 지켜봤으며, 여학생 어머니는 자신의 가슴을 “쿵쿵” 내리치며 어눌한 말투로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다음 재판기일에 발언기회를 주는 것으로 중재했다.
이날 재판은 10여 분 만에 종결됐으며 차후 재판에서 검찰의 구형과 최종변론, 피고인 박대성의 최후진술을 거쳐 내년 1월 쯤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0시 43분께 순천시 조례동 도로변에서 길을 걷던 18세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흉기를 소지한 채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관할 경찰청은 범행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음식배달업에 종사하는 박대성의 신상과 머그샷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