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냈다. 취임 첫날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멕시코·캐나다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붙이겠다고 했다. 3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멕시코·캐나다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다. 최우방국과 동맹국도 미국 우선주의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신호로 ‘국익 앞에서는 적과 친구의 구분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의 혈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언급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불법 이민자가 멕시코와 캐나다 두 나라 국경을 통해 미국에 유입되고, 그 결과 미국에 범죄와 마약이 넘쳐난다는 점을 고관세 부과의 이유로 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마약 펜타닐 원료가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가 만성적 무역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데서 더 나아가 경제 외적인 문제에도 관세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하는 등 사실상 관세를 ‘요술 방망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역대 최대 수준인 대미 무역 흑자 개선 압박에 더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관세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당장 대미 관세 혜택과 낮은 인건비를 보고 멕시코로 몰려간 한국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일본에 이은 멕시코 2위 투자국으로, 멕시코엔 현재 2000여 한국 기업이 사업 중이다. 작년 투자액만 1조원이 넘는다. 자동차·전자제품 등의 제조 공장들이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중남미 생산거점을 멕시코에 두고 미국 수출기지로 삼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에서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중인데 이 중 15만대 가량은 미국 수출용이다.
한국이 관세폭탄을 피하려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할 지렛대가 필요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 투자 규모는 215억 달러로 대미 투자국 1위에 올랐다. 트럼프의 관세 카드는 자국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인데 기여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인 것이다. 미국의 가려운 곳인 조선·방산산업을 지원할 최적의 파트너도 한국이라는 논리도 적극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