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측 “1심 제대로 감정 안돼”
김지은 측 “이 자체가 고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김지은씨의 신체 재감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27일 서울고법 민사3-3부(배용준 견종철 최현종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안 전 지사 측은 “1심에서 김씨의 정신과 피해에 대한 신체 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감정이 필요하고, 안되면 법원의 전문심리위원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 측은 “신체감정은 직접 들어가서 감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자체가 원고에게 고통”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재감정을 받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재판부에서는 긍정적이진 않다”며 안 전 지사 측 신청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내년 1월 22일로 잡았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씨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혐의로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김씨는 2020년 7월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김씨가 PTSD를 입증하기 위한 신체감정을 받는 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재판이 2년 이상 지연됐다.
1심 법원은 지난 5월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가 8347만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며 “신체 감정에 의하면 피고의 불법 행위로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