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증강현실(AR) 기반의 ‘포켓몬 고’ 게임이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각 국의 군부대가 긴장하고 있다.
포켓몬 고 게임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 포켓몬 캐릭터들이 나타나 이를 잡는 게임이다. 게임 캐릭터들이 화면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실제 현장으로 뛰쳐나온 것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운전자가 포켓몬 고 게임에 집중하다 교통 사고를 내는 등 새로운 차원의 게임 출현에 각종 사건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문제는 포켓몬 캐릭터들이 세계 전역에 나타나고 있어 군사시설 등 주요 보안시설까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도 기존에는 관심을 갖거나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보안시설 인근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면서 보안시설은 갈수록 노출에 취약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포켓몬 고 게임의 정식 출시 국가가 아니어서 속초, 양구 등 극히 일부의 지역에서만 게임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포켓몬 고 게임 가능 지역이 주로 전방지역에 국한되면서 군은 더욱 우려하고 있다.
지난 23일 군 당국은 강원도 고성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용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과 안내방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군 당국은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전방 지역에서 게임을 하며 민간인에게 허가된 지역 이외의 장소를 방문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는 와중에 민통선 이북지역 군부대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고, 전방지역 곳곳에 묻혀 있는 지뢰로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게임이 개인의 생명은 물론 군사 안보까지 위협하는 새로운 위협으로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통일전망대, DMZ박물관 등 전방 지역의 주요 명소에 포켓몬 고의 각종 캐릭터들이 나타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방문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포켓몬 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일본과 가까운 울산 간절곶에서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용자 수백명이 이 일대에 몰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대통령궁 주변에서 보안 등을 이유로 포켓몬 고 게임을 금지한 것으로 지난 21일 알려졌다. 또한 군과 경찰에 대해서도 업무 중 포켓몬 고 게임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첩보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특정 장소를 비춰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보안시설의 위치나 구조가 촬영될 수 있고, 스파이가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척 하면서 보안시설을 촬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