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부산·대전·안산에서 상반기 중 총 4조3000억원 규모의 철도 지하화 개발 사업을 조기에 착수키로 했다.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확대로 건설사 일감을 늘리고, 건설 관련 일자리를 늘려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또 지방 건설 경기를 짓누르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사들이기로 했다.

LH가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에 나서는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로, 3년간(2008~2010년) 미분양 아파트 약 7000가구를 사들였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만에 최대치로 쌓이고, 미분양 여파로 공사 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지방 중소 건설사의 도산이 잇따르자 정부가 LH 매입이라는 ‘산소 마스크’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지역 건설 경기 침체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큰 건설 투자가 지난해 2.7% 역성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끌어내렸고, 올해도 한국은행은 건설 투자가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약 17만명 줄어 1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480가구로 11년 만에 가장 많았고, 이 중 80%(1만7200여 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정부가 이제라도 서민형 일자리가 많은 건설경기 지원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이번 대책은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을 통한 지역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와 일감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악성 미분양이 쌓여 자금 흐름이 막힌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활성화해 ‘일감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사업자, 즉 공급 측면의 지원만 가지고는 한계가 뚜렷하다. 시장이 자생력을 갖도록 수요 측면의 진작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양도세·취득세 같은 세제 감면이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수요 촉진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철도 지하화 사업도 선도 사업자가 발표됐지만 첫 삽을 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런 대형 개발사업은 계획을 짜는 데만 최소 3년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살피면서 실효성을 담보할 보완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