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산 후판(선박·차량에 쓰이는 두꺼운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38% 관세를 매기겠다고 20일 밝혔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에 국내 철강 업계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그간 반덤핑 관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 거세지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길이 더 좁아졌고, 이에 중국산 후판이 한국에 더 많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마침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후판에 매긴 27.91~38.02%의 잠정 관세는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쳐 한 달 내로 확정된다. 이번 관세율은 국내 철강업계 예상치(20~25%)를 크게 웃돈 것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린 국내 업체들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44만6000t에서 2024년 138만1000t가량으로 최근 3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탓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3사의 연 평균 생산 가동률은 53.9%에 그쳤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9.3%, 60.6% 급감한 이유다.

한·중 FTA 협정안엔 ‘덤핑으로 인한 행위에 대해선 무역 구제를 위한 상계 관세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우리 무역위원회의 관세 보과는 이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보복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 관세 부과가 보복관세 등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중국산 덤핑 수출에 대응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은 자국 철강 업체가 종업원을 해고하는 지경에 이르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14.4%로 높인 데 이어, 지난해 6월부턴 쿼터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석유화학제품 등에 대한 각국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각국의 중국산 무역조사 건수는 169건으로 2년 전 79건의 두배가량으로 늘었다. 트럼프와의 관세 전쟁만 해도 버거운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까지 악화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렇다 해도 되(마늘)로 주고 말(휴대전화기 및 폴리에틸렌)로 받았던 ‘마늘 분쟁’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측이 반박할 수 없는 명확한 근거와 논리로 불필요한 확전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