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지난해 11월) 2.1%에서 1.0%로 크게 내려 잡았다. 투자와 내수 부진의 영향도 반영됐지만 성장률이 반토막난 가장 큰 요인은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탓이다. 지금까지는 관세시행전 밀어내기 수출의 덕을 봤지만 관세타격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는 ‘선주문’ 효과가 사라지면서 우리 주력 수출산업이 무더기로 역성장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담판을 벌여야 할 새 정부의 어깨가 그만큼 더 무거워졌다.

산업연은 올해 수출이 6706억달러에 그치면서 작년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에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7002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는데 역성장으로 수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8%를 차지하는 13대 주력 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진 결과다. 자동차(-8.0%) 일반기계(-7.2%) 철강(-2.1%) 정유(-19.3%) 석유화학(-5.3%) 섬유(-3.3%) 가전(-4.1%) 디스플레이(-2.7%) 2차전지(-3.2%) 등 9곳의 수출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조선,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4개 산업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수출 성장세가 예상됐다.

문제는 하반기 수출 실적이 산업연 전망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관세 조치(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 25%)만을 중심으로 수출액을 추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분석에는 7월8일까지 부과가 유예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 25%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양국이 이때까지 서로간의 이해를 조율해 ‘7월 패키지’를 내놓기로 한 상황인데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상호관세까지 더해져 우리 수출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곧 들어설 새 정부가 미국이 취약하거나 증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조선, 방산, 원전 등을 매개로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우리 수출 영토를 잠식하고 있는 것에도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중국 봉쇄로 쏟아져 나온 저가 물량이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게 되면 한국산 제품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지게 된다. 올해 ‘중국제조 2025’ 10주년을 맞은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드론, 5G 등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한편으로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국가적 역량을 쏟아 중국 변수, 인공지능(AI) 각축 등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의 승자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