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사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 건설 기간 단축까지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원전의 역할을 놓고 3개월간 공론화에 들어가겠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확정하기로 했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은 연말로 미뤄지게 됐다.
메가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대전환시대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국가대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선언한 이유다. 800조원이 투입되는 호남반도체 클러스터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의 핵심이 원전이다. 전격전을 한다면서 정작 원전 건설에 신중 모드를 취하는 것은 ‘엇박자’고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래 늦어도 10월까지 12차 전기본 초안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당초 약속했던 일정을 지키지 못하지만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이르면 이달 말 위원장 포함 11명 이내의 공론화위를 꾸리고,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자료 학습과 토론을 진행한다. 김 장관은 공론화위 권고가 나오면 “12차 전기본 위원회와 기후부의 판단 등을 고려해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의 토론을 바탕으로 결정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확보하는 숙의민주주의는 바람직하지만 이는 논쟁적 사안에서 필요한 절차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가 그러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찬성 여론은 이미 압도적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지난달 공개한 2분기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중 82.9%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기본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 스스로도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대략 70~80%는 (원전 건설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굳이 공론화위를 가동하는 것은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요식행위로 보일 수 있다.
지난달 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제시한 2040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치는 158.4~165.0GW(기가와트)다. 지난해 최대전력 100.9GW보다 57~64% 많은 규모다. 3대 메가프로젝트 등에 따른 수요를 반영한 결과로, 대형 원전 19기를 더 지어야 감당할 수 있다. 반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맞추려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 신규원전은 이 두 과제를 풀는 열쇠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을 지녔으면서도 정작 그 반도체와 AI산업을 떠받칠 전력원을 주저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 원전은 정쟁 대상이 아니라 미래 세대 성장 도구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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