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별, 상황별 OTT 처방전은?

전 부칠 땐 ‘대환장 기안장2’

정치싸움 차단용 ‘더커뮤니티2’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2’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2’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콘텐츠 홍수에 살고 있는 시대. 매일같이 톱스타가 이름을 올린 OTT 시리즈물이 등장한다. 어제 막 내린 드라마도 못 봤는데, 신작 옆에 신작, 또 신작이 대기한다. 쏟아지는 신작 리스트를 들여다보며 ‘저걸 언제 다 보냐’는 압박이 드는 당신, 이미 ‘콘텐츠 과식’ 상태다.

황금 연휴가 이저진다 해도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다 볼 이유도, 필요도 없다. 시간과 체력은 한정돼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재생 버튼을 누르는 용기가 아니라, 내 스트레스 지수와 주변 소음도에 딱 맞춰 집어 드는 핀셋 처방이다. 간만에 북적이게 될 명절 안방부터 꽉 막힌 귀성길 차 안, 밀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직장인과 학생들의 24시간을 구원할 맞춤형 ‘OTT 취향 알약’을 처방한다.

처방전 1. 전 부치느라 등골 휠 때 ➔ 뇌를 비워주는 ‘앰비언트’ 예능

기름 튀는 소리와 잔소리가 뒤섞인 명절 거실. 이제는 잊혀진 풍경이라고? 누군가에겐 정신 산만해지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이런 공간에서 ‘고도의 추리물’이나 ‘서사극’을 틀었다간 흐름을 놓치는 것은 물론, 리모컨마저 박탈당한다. 이 때엔 지나가다 흘깃 봐도, 한참 뒤에 돌아와도 맥락이 끊기지 않는 저자극 ‘배경형 예능’이 특효약이다.

복용 콘텐츠: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시즌2’

약효 눈 덮인 한겨울 강원도 대관령 깊은 산골로 자리를 옮긴 기안84의 민박집. ‘각 잡고’ 서사를 따라갈 필요가 전혀 없다. 전을 뒤집다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빵 터지는 날것 그대로인 돌발 상황, 잔소리 장인 김연경과 ‘일잘러’ 이준호의 티격태격 앙상블이 명절 스트레스와 묵직한 공기를 단숨에 무장해제시킨다.

복용 팁 만약 어린 조카들까지 거실에 엉겨 ‘평화 유지’가 시급하다면, 23일 전격 공개된 디즈니+ ‘토이 스토리 5(Toy Story 5)’를 함께 처방한다. 3대의 리모컨 분쟁을 종식할 가장 확실한 평화 조약이다.

‘전설의 수사’ [웨이브 제공]
‘전설의 수사’ [웨이브 제공]

처방전 2. 친척들 밥상머리 정치 싸움 차단용 ➔ ‘정치질’ 직관

명절 밥상에서 친척 간에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현실 정치’ 논쟁이 점화될 조짐이 보인다면, 이 프로그램을 틀어야 한다. 현실보다 더 치열하고 영리한 화면 속 두뇌 싸움으로 주의를 돌리는 역발상이다.

복용 콘텐츠: 웨이브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 ‘전설의 수사’

약효 현실 정치 때문에 얼굴을 붉힐 바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참가자들의 연대와 배신을 그린 ‘더 커뮤니티2’를 트는 편이 낫다. 돈과 생존 앞에서 한없이 냉정해지는 인물들을 ‘남 일’처럼 안전하게 관전하는 도파민 해방구다.

23일 첫선을 보인 실화 기반 범죄 다큐 버라이터리인 ‘전설의 수사’ 역시 훌륭한 방패막이다. 베테랑 프로파일러 표창원과 전직 강력계 형사들의 날카로운 현장 직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의 분석, 넉살과 최미나수의 호흡이 더해져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가상의 마피아 게임처럼 ‘범인을 맞히는’ 퀴즈가 아니라, 먼지 쌓인 증거 속에서 진실의 퍼즐을 맞춰가는 치열한 수사 과정 자체가 압도적인 몰입감을 준다.

처방전 3. 고속도로 정체 4시간째 ➔ 눈감고 즐기는 ‘오디오 캡슐’

꽉 막힌 고속도로 위, 운전자는 전방 주시하느라 바쁘고 동승자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 차멀미에 시달린다. 스크린을 반드시 눈으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도로 위의 피로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복용 콘텐츠: 웨이브 ‘듣폼(오디오 모드)’

약효 화면을 끄고 귀로만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다. 시각적 피로 없이 명품 예능의 오디오와 드라마의 대사 텐션에만 몰입할 수 있어, 졸음운전 방지와 동승자의 멀미 예방에 즉효를 발휘한다.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제공]

처방전 4. 밤 11시, 가족들이 잠든 뒤 ➔ 방문 닫고 즐기는 ‘고농도 도파민’

낮 동안 가사 노동과 친척, 지인 응대에 에너지를 털리고 방전된 영혼에게 진짜 연휴는 모두가 잠든 자정부터 시작된다. 온전히 나만을 위해 허락된 심야의 침대 머리맡에는 거실에서 틀 수 없었던 서늘하고 농밀한 어른들의 서사가 필요하다.

복용 콘텐츠: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넷플릭스 ‘스캔들’

약효 주저 없이 몰아볼 수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1979년 격변기를 무대로 현빈과 정우성이 뿜어내는 서늘한 야망의 충돌을 그린다. 이어폰을 꽂는 순간 나만의 고밀도 영화관이 완성된다.

8부작 전편이 공개된 ‘스캔들’은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원(지창욱 분)의 아슬아슬한 유혹과 계략을 유려한 한복 미장센 안에 녹여냈다. 명절 피로를 단숨에 휘발시키는 치명적인 야간 탈출구다.

복용 주의사항 밤새워 전편을 완주하겠다는 강박은 버릴 것. 하루에 2~3편씩만 쪼개어 봐도 연휴의 낭만은 충분하다.

처방전 5. 10부작이 버거운 당신 ➔ 틈새 40분과 ‘아는 맛’

수십 시간짜리 호흡 긴 서사에 지쳤다면, 언제든 끊어 갈 수 있는 코미디나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명작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다.

복용 콘텐츠: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시즌3’ & 웨이브 ‘대장금’

약효 신동엽, 이수지 등이 날것의 애드리브를 쏟아내는 ‘직장인들 시즌3’는 회당 40~50분 분량으로, 긴 서사를 이해할 필요 없이 한 편씩 가볍게 털어 넣으며 도파민을 충전하기 좋다.

쏟아지는 신작의 자극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다시 꺼내 드는 ‘대장금’이나 ‘불멸의 이순신’ 같은 명품 사극이 제격이다. ‘아는 맛’이 주는 노스탤지어는 그 어떤 최신 대작보다 편안한 휴식을 안긴다.

tvN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티빙 제공]
tvN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티빙 제공]

처방전 6. 출근길이 벌써 두렵다면 ➔ ‘무적의 오피스 활명수’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남은 연차를 계산하며 한숨 쉬는 직장인이라면 티빙의 오피스 드라마로 대리만족할 시간이다.

복용 콘텐츠: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약효 벼락처럼 13억 원 복권에 당첨되고도 회사를 때려치우는 대신 ‘자발적 출근’을 택한 막내 팀장 공은태의 이야기. 지난 10일 티빙에서 독점 선공개된 뒤 tvN에서도 전파를 타며 입소문을 탔다. 언제든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쥔 순간, 지긋지긋하던 상사의 잔소리와 사내 정치는 비극이 아닌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블랙 코미디로 뒤바뀐다.

‘연휴에 굳이’ 오피스물이냐 싶겠지만, 명절이라는 안전거리를 둔 채 화면 속 직장생활을 관망하는 재미는 각별하다. 현실의 출근 스트레스를 조롱하듯 날려버리는 주인공의 유유자적한 태도. 연휴 뒤 일상 복귀를 앞둔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에게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통쾌한 심리적 방탄조끼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