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8월 판매 20%↑…5.5만대
7·8월 두 달 연속 7000대 돌파
연간 8만대·4년 연속 신기록 눈앞
美 미니밴 판매도 21%↑
밀레니얼 부모 수요 견인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001년 ‘세도나’라는 이름으로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기아 카니발이 진출 25년 만에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연간 7만대 넘게 팔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는 8만대를 넘을 정도로 판매 체급이 한 단계 올라섰다.
한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미니밴 자체가 미국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SUV처럼 보이는 디자인과 넓은 실내, 슬라이딩 도어에 하이브리드까지 결합한 카니발이 변화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기아에 따르면 카니발은 올해 1~8월 미국에서 5만4736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만5602대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량은 59만3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카니발의 성장률이 기아 전체보다 6배 이상 높은 셈이다.
최근 판매 흐름도 가파르다. 올해 1~2월에는 월 5800대 안팎이었지만 5월 최고 실적인 8062대로 치솟은 뒤, 하반기 들어서도 7월 7279대, 8월 7389대로 두 달 연속 7000대를 넘어섰다. 1~2월 월평균 5842대에서 7~8월 7334대로 약 26% 증가한 셈이다. 8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13% 늘며 역대 8월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이미 역대 최고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카니발은 2024년 미국에서 4만9726대가 팔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7만1917대로 약 45% 급증했다. 올해 1~8월 판매 속도를 단순 연환산하면 약 8만2100대 수준이다. 현재 판매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미국 판매량은 8만대를 넘어 4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세도나’로 시작해 25년…이제 美서도 ‘카니발’
카니발의 미국 역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는 국내에서 카니발로 판매하던 미니밴을 미국에 ‘세도나’라는 별도 이름으로 출시했다.
지금의 카니발이라는 이름이 미국 소비자에게 등장한 것은 4세대부터다. 기아는 2021년 신형 모델을 공개하면서 2022년형부터 세도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글로벌 차명인 카니발을 적용했다.
차명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기아는 전형적인 미니밴의 둥글고 길쭉한 이미지를 줄이고 대형 SUV에 가까운 외관을 입혔다. 반면 미니밴의 핵심 장점인 넓은 2·3열 공간과 양쪽 슬라이딩 도어는 그대로 살렸다. 미국 시장에서 ‘미니밴’ 대신 다목적차량을 뜻하는 ‘MPV’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미국 평가에서도 이런 특징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는 약 1년간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장기 운행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기사 제목부터 “왜 우리가 미니밴을 좋아하는지 다시 깨닫게 해주는 카니발”이라고 소개했다. 에드먼즈는 “미니밴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카니발을 두고 “정말 멋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3열 SUV보다 공간이 넓고 슬라이딩 도어 덕분에 승하차가 편리하며 장거리 가족 여행에 적합하다는 점을 미니밴의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카니발의 넓은 적재공간을 두고 대형 SUV가 아니면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라고 호평했다.
“미니밴 절대 안 탄다”던 밀레니얼 부모가 돌아왔다
카니발의 판매 증가 뒤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니밴 자체의 부활이 자리하고 있다.
CNN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미니밴을 다시 쿨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으로 이 같은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미국 미니밴 판매량은 약 40만대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한때 사라질 차종으로까지 평가받던 미니밴 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는 셈이다.
1980~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인 ‘부모 세대’로 접어든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자녀가 생기면서 자동차를 선택할 때 외관이나 브랜드뿐 아니라 카시트 설치, 아이들의 승하차, 3열 공간과 적재공간 같은 실용성을 중요하게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
실제 CNN이 소개한 미국 일리노이주의 세 딸 엄마 켈시 스펜서는 과거 미니밴을 타고 싶지 않았지만 현재는 2026년형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미니밴을 촌스럽게 바라볼 것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무슨 차냐, 정말 멋지다”는 반응을 듣는다고 전했다.
SUV처럼 생겼는데 문은 옆으로…하이브리드까지 가세
미국 시장은 오랫동안 SUV 중심으로 성장했다. 강인한 외관과 높은 차체를 갖춘 대형 SUV는 대표적인 패밀리카로 자리 잡았지만 높은 가격과 연료비, 좁은 주차공간에서의 승하차는 단점이다.
카니발은 SUV와 비슷한 외관을 적용하면서도 미니밴만의 슬라이딩 도어와 넓은 실내를 유지했다. 아이가 직접 문을 여닫기 쉽고 옆 차량과 간격이 좁아도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고 내리기 편하다는 점은 SUV가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가격 차이도 있다. CNN이 인용한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미니밴 평균 거래가격은 4만8908달러로, 8만달러에 육박하는 풀사이즈 SUV보다 크게 낮았다. 2027년형 카니발의 미국 가격은 기본형 기준 3만7490달러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의 추가도 판매 확대에 힘을 보탰다. 기아는 현재 카니발에 3.5리터 가솔린 엔진뿐 아니라 1.6리터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다만 미니밴 시장 자체는 여전히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작은 일부다. 지난해 미니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2.4%로 2016년 3.2%보다 낮다. 미니밴이 다시 SUV의 자리를 빼앗을 정도로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미니밴은 아이들을 학교나 운동장에 데려다주는 ‘소커맘(soccer mom)’의 차라는 이미지와 함께 실용적이지만 멋없는 자동차로 여겨졌다. 이제는 부모가 된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넓은 공간과 편리한 문,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스타일과 연료 효율성까지 갖춘 패밀리카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영상에서는 미니밴의 공간과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SUV의 과감한 디자인과 편안함,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린 점을 카니발의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영상과 관련 반응에는 “역시 다둥이 집엔 카니발”, “제 드림카예요”라는 평가도 등장했다. 카니발을 기존 미니밴에 SUV의 장점을 더한 차로 평가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미니밴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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