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해커가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중국 당국에 붙잡혀 주중 북한대사관 지하 감옥에서 약 1년간 가혹한 취조를 받은 뒤, 전신 깁스 상태로 강제 북송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제 인권 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은 29일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강제 북송돼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 북한 해커 배용주(38)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TJWG에 따르면 북송 재일교포 가정에서 태어난 배씨는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으로 파견돼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한국 정부기관과 중국 군사기관의 정보를 빼내는 일을 했다. 이후 한국 망명을 위해 중국 내몽골에서 국경을 넘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북한의 신병 인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배씨를 내몽골 후허하오터에서 약 6개월간 취조했다. 중국 측 조사가 장기화하자 북한은 배씨의 신병 인계를 요구했고, 중국은 배씨를 선양 북한 총영사관에 넘겼다.
배씨는 이후 베이징 북한대사관 지하 감옥에 갇혀 약 1년간 감금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 감옥이 있으며, 북한이 망명을 시도하거나 이탈 조짐을 보이는 자국민을 이곳에 가둬 조사한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고려항공의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이 재개되자 북한은 배씨를 전신 깁스를 한 환자로 위장해 휠체어에 태운 뒤 평양으로 이송했다. 도주나 저항을 막고 공항 관계자와 이용객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환자처럼 꾸민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북 사업가는 배용주 이송 과정에 대해 “움직이지도 못하게 관절 같은 곳을 묶어 석고로 아예 떠 가지고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다”고 TJWG에 증언했다.
TJWG는 그동안 배용주의 탈북 가능성을 고려해 사건 공개를 보류해왔지만, 내부 제보자를 통해 그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에 실명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배씨 사례가 북한판 ‘여우사냥’ 작전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우사냥’은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거나 연락이 끊긴 북한 주민, 또는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추적해 체포·송환하는 공작을 뜻한다.
북한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파견된 외교관과 유학생, 당 간부, 특수 파견자, 기관원 등이 망명을 시도할 조짐을 보이면 베이징으로 유인한 뒤 주중대사관에 감금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 자체 정보망으로 도망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거짓 범죄 혐의를 씌워 중국 경찰에 체포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TJWG는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은 심각한 국제 범죄이자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법주권과 적법 절차도 훼손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이 북한의 초국가적 탄압을 계속 묵인·방치하는지 주시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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