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줄인다는 셀프계산대

복잡한 과정에 고객 불만 폭발

美 셀프계산대 이용 비중 35%→33%로 소폭 감소

“고객은 직원보다 서툴러” 시간 더 걸린다는 분석도

미국의 한 가족이 아칸소주에 있는 월마트의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의 한 가족이 아칸소주에 있는 월마트의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슈퍼마켓 셀프계산대를 이용한 미국의 한 시민은 계산을 마치자 진이 빠졌다. 키패드를 누르라는 안내만 다섯 번이 넘었다. 총액을 확인하고, 기부할지 답하고, 봉투 개수를 입력하고, 신용카드인지 직불카드인지 고른 뒤 비밀번호까지 눌러야 했다. 마시던 생수는 바코드가 없어 직원이 달려와야 했고, 물건을 포장 구역에 잘못 놓았다며 경고음도 울렸다. 카드 태그 결제까지 먹통이라 결국 카드를 긁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빠르고 편리한 기술로 여겨졌던 셀프계산대가 오히려 소비자의 일거리만 늘리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딧 같은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는 분노 섞인 경험담이 넘친다. 유통 전문매체 그로서리다이브의 제프 웰스 수석편집자는 “셀프계산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하고, 그 불만을 아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물론 좋아하는 쪽도 있다. 다만 만족한다고 일부러 글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 뿐이다. 온라인·비대면 상호작용에 익숙한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이들은 가격이 제대로 찍혔는지, 쿠폰이 적용됐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식료품 체인 스튜 레너즈에서 고객들이 셀프계산대에서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AP]
미국 식료품 체인 스튜 레너즈에서 고객들이 셀프계산대에서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AP]

유통업계도 엇갈린다. 트레이더조스는 직원이 직접 계산해 주는 서비스를 매장 경험의 핵심으로 지킨다. 20여 년간 셀프계산대를 쇼핑의 불가피한 미래로 여기던 업체들도 소비자와 매장이 원하는 자동화 수준을 다시 시험하는 중이다. 유통 기술 자문업체 리테일마인드스텝스의 게리 호킨스 최고경영자(CEO)는 “후퇴하는 업체도, 다시 적극 투자하는 곳도 있어 하나의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숫자에서는 소폭 후퇴가 읽힌다. 대형 식료품 체인 단체 FMI의 2026년 조사에서 지난해 슈퍼마켓 거래 중 셀프계산대 비중은 33%로, 전년(35%)보다 줄어들었다. 지난 9월 결제 플랫폼 토스트가 편의점·식료품점·주류 판매점 340곳을 조사했더니 셀프계산대를 운영한다는 매장은 36%로 1년 새 7%포인트 줄었다.

운영 방식을 바꾸는 곳도 많다. 미국 저가 할인 소매 체인점인 달러제너럴은 5개 이하 구매 고객에게만 셀프계산대를 허용하고, 상당수 매장에서는 아예 없애고 있다. 타깃도 2024년부터 10개 이하로 제한했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고객 편의와 도난 방지다.

AI가 상품을 자동으로 알아봐 직접 검색하거나 코드를 입력할 일이 줄고, 카메라로 구매자의 나이대를 추정해 주류 구매 때 신분증 확인을 덜어 주는 기술도 시험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고객 편의보다 도난 감소가 목적이다. 크로거는 AI 업체 에버신의 기술로 고객이 상품을 스캔하지 않고 지나치는지 영상으로 잡아낸다.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2025년 미국 식료품점 고용은 약 266만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다만 계산대 직원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커브사이드 픽업이 퍼지며 고객 대신 장바구니를 채우는 직원이 더 필요해졌을 뿐이다.

문제는 일손이 모자랄 때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4년 논문에서 관리 직원이 부족한 셀프계산대에서 괴롭힘 같은 ‘비문명적 행동’이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나윤 엄 대학원생은 “셀프계산대가 있는 사업장은 기술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인력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남은 직원들은 이미 화난 고객을 상대해야 해 상호작용이 적대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말했다.

빠르다는 느낌도 착각일 수 있다. 드루대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루스는 고객이 전문 계산원만큼 능숙하게 스캔하기 어려워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빠르게 느끼는 것은 ‘펀하우스 효과’ 때문이다. 가만히 기다릴 때보다 무언가 하고 있을 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주문 입력, 항공권 출력처럼 직원이 하던 일을 소비자가 떠맡는 흐름이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피곤하다”는 느낌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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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