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 영화 ‘암살자(들)’ 개봉 이후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격화하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며 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최휘영 장관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가 다룬 역사적 해석이나 시각에 대해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면서도 “비판이 도를 넘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개인의 일상을 침해하며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예술 분야의 대원칙인 ‘팔길이 원칙(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을 언급하며 정부의 행정적 개입 요구를 일축했다. 최 장관은 “작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며 “영화는 창작자의 상상력과 해석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적 창작물”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을 경우 법치주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작품에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상영 이후 민사상 소송이나 형사적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기자 개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 공포를 조장하고 위해를 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대응 조치를 위해 최 장관은 “오늘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과 비평의 몫으로 남겨두고,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다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라”며 “민주 사회의 품격은 나와 다른 생각을 물리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화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논쟁할 때 지켜진다. 문화예술인들이 외압이나 위협에 위축되지 않고 창작과 연기에 임할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암살자(들)’ 개봉 이후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며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패스트푸드 제품의 불매운동, 애플리케이션 탈퇴 인증 글이 게시되는 등 파장이 확산됐다. 지난 4일엔 일부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 역시 같은 날 공식 SNS를 통해 자택 앞 시위 및 악성 비방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소속사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당사 소속 배우 유해진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확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소속 배우와 관련한 허위사실 생성·유포, 악의적 인신공격과 모욕은 물론 사생활 침해, 신변 위협, 명예훼손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침해 행위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확인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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