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업지원실 인사 개입’ 주장…노조법 2조 근거로 교섭 통보
계약 관계 없는 2대 주주 소환…사용자성 입증 쉽지 않아
사후조정 결렬 속 26일 총파업 예고…노사 평행선에 전선 확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세 차례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되자 2대 주주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회사의 인사·보상 체계에 실질적으로 관여해 온 만큼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에서는 독립 법인 체계와 현행 법리상 사용자성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노조가 이 같은 강수를 둔 배경에는 사측과의 협상이 한계에 부딪히자 갈등 전선을 그룹 전체로 넓혀 결렬 책임을 분산하고, 오는 26일로 예고한 ‘3주간 2차 총파업’을 앞두고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전날 삼성전자 대표이사 앞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직무·직급 체계와 임금체계 및 인센티브 기준 등 인사·보상 관련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조가 내세운 법적 근거는 개정 논의가 지속돼 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사용자 정의)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현 사업지원실) 등이 과거 신인사제도 설계와 평가·직급 요건 등 핵심 근로조건에 관여해 온 정황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위원장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위치이자 결정권을 가진 삼성전자에 인사·보상 의제에 한해 교섭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에 따라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14일 첫 교섭에 응할 것을 통보했으며, 불응 시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번 교섭 요구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립된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경영을 총괄하는 별도 상장법인이다. 직접적인 도급이나 원·하청 관계가 아닌 계열사 간 지배구조 관계에서 단순한 경영 협의나 가이드라인 공유를 넘어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는지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배구조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3.06%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며, 삼성전자는 지분 31.2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애초에 실질적인 교섭 목적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을 끌어들여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논리라면 다른 계열사 노조도 모두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주주 관계를 근거로 삼는다면 삼성물산이 아니라 왜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분 관계를 이유로 2대 주주에게 계열사 근로조건 교섭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노조들이 일제히 핵심 주주사로 몰려가 교섭을 요구하는 산업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노조가 이처럼 이례적인 교섭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내부 협상력의 한계가 꼽힌다. 사측은 6.2% 임금 인상안과 단체협약 33개 신설 수용안을 제시하며 업계 최고 수준(평균 연봉 1억1400만원)의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기본급 9.5% 인상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 3차 사후조정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수준이 과도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인사·경영권 관련 조항을 대폭 수정해 양보안을 냈음에도 사측의 대화 의지가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자체 교섭만으로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되자, 삼성전자의 ‘교섭 불응’을 지렛대 삼아 사측에 ‘대화 거부’ 프레임을 씌우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동위 구제신청 등 외부 분쟁 절차를 밟아 사안을 확대하고, 오는 26일부터 예정된 3주간의 장기 파업에 대한 내부 결속과 명분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평행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오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연속 공정 특성상 가동 중단 시 피해가 큰 업종이다. 사측 추산에 따르면 지난 5월 5일간의 1차 파업 당시 약 1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노조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노동위 시정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실제 파업 개시 전까지 노사정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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