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성과 발표 후 “기준 부재”
병원 선정에 1시간 48분까지 소요
野이소희 “성과 제대로 검증했는지 따져야”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보건당국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추진한 시범사업과 관련 ‘응급실 미수용 0건’이라는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미수용’을 판단하는 기준은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국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발생한 응급실 미수용 현황에 대한 이 의원의 질의에 “응급실 미수용에 대한 기준 부재로 별도 정의는 어렵다”고 답했다.
응급실 미수용은 응급환자가 의료기관과 연결되지 못해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로 병원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답변에서 복지부는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이송 지연’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송 지연 여부 역시 환자의 질환과 중증도, 지역, 당시 병원별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앞서 ‘미수용 0건’을 시범사업의 주요 성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 ‘성공적인 마무리’라고 평가하며 “3개월간 응급실 미수용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한정된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응급실 이송 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복지부와 소방청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상이었다.
이 의원은 “복지부는 ‘미수용 0건’이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미수용이 무엇인지 기준조차 없었다”며 “미수용이 0건이 아니라 미수용을 세는 기준이 0개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선정 방식에서도 ‘미수용 0건’이라는 지표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이 확인될 때까지 병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 구조적으로 별도의 ‘미수용’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인 셈이다. 병원 선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종적으로 의료기관을 찾으면 미수용으로 집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시범사업에서 병원 선정에 성공한 사례도 전체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사업 성과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시범사업의 병원 선정 실적을 보면 전체 접수 123건 가운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의료기관 선정에 성공한 사례는 43건(35%)에 그쳤다. 반면 접수 철회는 64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병원 선정에 성공한 경우에도 사례별로 시간별 편차가 컸다. 한 사례에서는 빠르면 10분 안팎이 걸린 반면 최장 1시간 48분까지 소요된 사례도 있었다. 접수 철회 사례에서도 최대 1시간 26분이 걸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병원 선정 성공이 35%에 그친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복지부에 미수용 기준부터 세우라고 요구하고 시범사업 성과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1일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할 적정 응급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를 수용할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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