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공방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창작에는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는지는 장관이 아니라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출연 배우를 향한 위협에는 문체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야 하느냐는 취지의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상상력과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최근 문화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국회에선 영화 내용이 ‘역사 왜곡’에 해당하는 질문까지 나왔다. 최 장관은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전 검열이 금지된 나라에서 “정부는 창작물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왜곡이 있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냐는 질의에는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사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영화다. 당시 수사당국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으나,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당시 권력이 사건 배후에 있는 것처럼 암시한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오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제작사 측은 지난달 28일 영화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으며,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국감에서는 출연 배우 보호를 둘러싼 장관의 대응도 쟁점이 됐다. 지난 4일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최 장관은 이튿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와 출연 배우의 안전 조치,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윤 의원이 이 같은 대응을 문제 삼자 최 장관은 “창작의 결과물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 문체부 장관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SNS 글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문화예술인 개인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며, 사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예방 조치와 안전 조치를 강구하려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택 앞 시위가 불법이냐고 붇는 질의에 최 장관은 “영상을 보면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이었고 신체에 위협을 가한 행동은 없었으며 인원도 50명 정도였다면서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인 집회라 하더라도 배우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면 당사자와 가족이 큰 공포심을 느낄 수 있어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소속사 요청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유해진에 대한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팩션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이 거듭되자, 역사 고증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 공적 자금을 투자받을 때 투자 심사 단계에서 국사편찬위원회 같은 전문기관의 고증 자문을 받게 하고, 자문 결과를 반영할지는 창작자가 판단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최 장관은 고증 문제는 자문을 의뢰하면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 부분은 좀 더 강화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별도의 고증 심사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제약과 진영 논리가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화 투자 경위를 둘러싼 질의도 나왔다. 김승수 의원실은 앞서 한국벤처투자 자료를 근거로 모태펀드 자조합 9곳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 영화에 78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 과정에 여당 의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 장관은 “영화에 투자한 펀드는 모태펀드가 아니라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자(子)펀드”라고 말했다. 해당 펀드는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며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허진호 감독 등 제작진을 증인·참고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이재정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위원장은 영화 내용을 점검하려고 창작자를 국회에 부르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개봉 2주차 주말인 지난 2~4일 41만2012명을 모았다. 5일 집계 기준 누적 관객은 223만3963명이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