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입속도론 평균 13개월치…충북은 27개월치
정부 “올해 4200ha 매입”…농어촌공사 계획은 3700ha
연말 대기 3220ha 전망…지난해 말보다 9.1% 증가
송미령 “준비 충분하지 않아…책임 느낀다”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농지를 처분하거나 임대하려는 농업인을 받아줄 농지은행의 매입 대기물량이 3320헥타르(ha)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매입 속도로는 전국 평균 약 13개월치로, 일부 지역은 2년을 웃돈다. 올해 계획한 물량을 모두 사들여도 연말 대기물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9.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농지 전수조사 기간 신규 농지대출이 감소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정부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책임을 인정했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농지은행 수요와 농지가격, 거래 위축, 금융 문제 등 후속 대책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접수면적은 5345ha다. 이 가운데 2025ha가 매입돼 3320ha가 대기 중이다. 매입률은 37.9%에 그쳤다.
올해 1~8월 월평균 매입실적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기물량은 전국 평균 약 13개월치다. 충북은 433ha로 약 27개월치, 강원은 307ha로 약 26개월치에 달했다. 대기물량 자체는 충남이 740ha로 가장 많았고 전북 619ha, 충북 433ha 순이었다. 세 지역에 전체 대기물량의 54.0%가 몰렸다.
정부가 밝힌 올해 매입 규모와 실제 농지은행을 운영하는 농어촌공사의 계획에도 차이가 났다. 농식품부는 올해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물량을 지난해 2500ha에서 4200ha로 확대했다고 밝혔지만, 농어촌공사가 제시한 올해 연간 매입계획은 3700ha로 500ha 적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말 이월물량 2951ha와 올해 신규 접수 예상물량 3969ha를 합쳐 올해 농지 매도수요를 6920ha로 추정했다. 연간 매입계획 3700ha는 예상 수요의 53.5% 수준이다.
계획대로 3700ha를 모두 매입해도 연말 대기물량은 3220ha로 예상됐다. 지난해 말 이월물량 2951ha보다 269ha, 9.1% 늘어난 규모다. 연말에는 충남 764ha, 전북 626ha, 충북 492ha가 대기할 것으로 추정됐다.
신 의원은 “홍보 부족이 아니라 준비와 순서가 잘못됐다”며 농지은행을 농지 정리의 출구로 제시하려면 실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매입 여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지 전수조사 기간 신규 농지대출이 33.1% 감소하고 과수원과 밭의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송 장관은 “준비는 좀 했으나 충분하게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 좀 더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대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현장의 불안 문제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사 목적과 절차, 결과 활용방안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상속농지나 고령농의 임대, 신고하지 않은 농업용 창고 등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진 사례까지 현행법상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농민들이 처분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저희들이 홍보를 세심하게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현행법상 위법으로 분류되더라도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특별법 등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농지가격과 거래 위축 문제를 제기했다. 2022년 이후 농지 거래가 크게 줄었고 인구소멸지역에서도 거래가 감소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전수조사가 농지시장에 미친 영향을 따져 물었다.
송 장관은 농지가격과 거래량 감소가 전수조사 이전인 2021년 이후 이어져 온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8월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고 7월 농지 거래가격도 약 19% 올랐다며 특정 시점이나 지역만으로 전체 농지시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고령농이 농지를 팔아 부채를 갚으려 해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현장 상황을 거론하며 농지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외 거주 농지 소유자가 늘고 임차농 비중도 상당한 상황에서 달라진 농지 소유·이용구조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현실과 맞지 않는 농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전수조사가 제도 개편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 활용 확대 정책 사이에서 정부의 농지정책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감에서는 영농형 태양광과 휴경농지 활용 문제까지 맞물리며 농업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농가소득을 높일 방안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정부는 농지은행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농지매입 등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은 2조2617억원으로 올해보다 25.1%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송 장관은 “대기물량 등을 고려해 내년도 농지은행 예산을 올해 대비 25% 증액하고 농지연금도 역대 최고치로 늘렸다”며 “충분하지 않아서 국회 단계에서 추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 농지 현장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관행적 위반사항은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정비하고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농지법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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