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점진적 축소·궁극적 폐지”
종목·대회별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입영 연기·상무 활성화 대안 거론
해외는 복무·선수생활 병행 제도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보상, 예술·체육요원 편입 제도가 53년 만에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의 이른바 ‘군 면제’ 발언이 도화선이 돼, 순식간에 논의는 선수들의 언행을 넘어 제도 전반의 재설계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병역특례의 ‘유지냐 폐지냐’를 놓고 맞서는 찬반 논쟁으로 보기 어렵다. 국방부가 단계적 축소와 궁극적 폐지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논의의 무게중심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지보다 이를 어떻게 손질하고, 선수들의 경력을 보호할 장치를 무엇으로 마련할지로 빠르게 이동한 양상이다.
논란은 한국 남자 축구가 지난 3일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한 직후 불거졌다. 양민혁은 우승 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했고,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선수들은 사과했다.
법적으로는 ‘군 면제’가 아니다.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고 특기활용 봉사활동 등을 이행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스스로 ‘군 면제’를 금메달의 보상으로 표현하면서 제도를 향한 불편한 시선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부의 반응도 강하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언행에 대해서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하는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를 실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논란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방안은 아니다. 병역자원 감소와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보충역 제도 전반의 축소를 검토하던 상황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 문제를 표면화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대상에 따라 병역에 대한 개념과 공정에 대한 가치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체육·예술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방부·병무청과 협의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도 주목한 ‘금메달과 병역’=한국의 스포츠 병역특례는 국제대회 때마다 외신의 관심을 받아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면서 현역 복무 부담을 덜게 된 사실을 BBC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번에는 시선이 제도 자체로 향했다. AP통신은 한국 정부가 아시안게임 우승 선수들의 발언으로 촉발된 반발 이후 운동선수의 병역특례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 의무복무를 하고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병역 의무를 이행한 상황에서 스포츠 성과에 따른 특별 대우의 공정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고 짚었다.
가디언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도 선수들의 발언과 정부의 제도 개편 움직임을 함께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논란이 53년 된 정책의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과거 외신의 관심이 ‘금메달을 따면 스타 선수가 병역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한국의 독특한 제도와 개별 선수에게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제도 자체의 공정성과 존립 근거로 관심 영역이 넓어진 모습이다.
▶1973년의 ‘국위선양’, 2026년에도 유효한가=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 등을 취지로 도입됐다. 처음에는 세계선수권대회 등도 대상이 됐지만 기준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가 기본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계기로 월드컵과 WBC 성적도 한때 대상에 포함됐지만 종목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제외됐다.
50여년 전 만들어진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을 지금도 병역 혜택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 타당할까.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 됐고, 스포츠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며 과거의 국위선양 기준을 관성적으로 유지하기보다 현재의 공정성에 맞게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대회 성과를 보상할 필요가 있다면 현금 보상 등 다른 방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선수권 우승은 안 되고 AG 금메달은 되고=현행 기준의 형평성 문제도 제도 개편 요구의 주요 근거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도 그것만으로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되지 않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하나로 자격을 얻는다. 종목마다 국제대회의 위상과 경쟁 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올림픽 3위·아시안게임 1위’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김소정 변호사는 세계선수권 우승자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다르게 대우하는 현행 기준을 두고 “보상의 불균형으로 인한 평등권 침해 소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종목으로 혜택이 몰리는 문제도 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대상자 43명 가운데 축구와 야구 선수가 36명이라며 종목 간 불균형을 지적했다.
▶선수 경력 보호, 꼭 병역특례여야 하나=예술·체육요원 제도가 해온 역할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선수의 전성기는 짧고 20대의 경력 단절은 경기력과 선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휘영 장관도 이 제도가 우수 선수와 예술인의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수 경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그 수단이 병역특례여야 한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다. 현재 방식만이 선수의 경력 단절을 막을 유일한 해법이냐는 것이다.
개선책과 대안도 거론된다. 조계원 의원은 특정 대회 한 번의 성적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여러 국제대회 성적을 누적하는 ‘포인트제’를 제안했다. 현행 제도의 틀을 남겨두되 ‘한 번의 메달’로 병역 혜택이 결정되는 구조를 손질하자는 방안이다.
특례가 축소·폐지될 경우 선수의 입영 시기를 늦추거나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활성화해 군 복무와 선수 생활을 병행할 길을 넓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장관은 상무 활성화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병역특례 없어도 선수 경력 지킬 수 있나=해외에서는 다른 방식도 활용한다. 싱가포르와 튀르키예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엘리트 선수에게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되 병역 의무 자체는 유지한다.
이스라엘은 우수선수가 군 복무 중에도 훈련과 경기를 이어가도록 지원한다. 핀란드와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별도의 군 체육 시스템을 통해 복무와 전문 훈련을 병행하도록 한다. 선수 경력을 보호하는 방법이 병역 의무를 사실상 대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례다.
더욱이 제도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는 1973년에는 없었던 변수다. 국방부가 형평성과 공정성뿐 아니라 병역자원 감소를 제도 축소·폐지의 근거로 제시하는 이유다.
이제 그다음 질문이 남아 있다. 53년 된 제도가 역할을 다해간다면 선수들의 짧은 전성기와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병역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인재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무엇을 그 자리에 놓을 것인가.
최 장관은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우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와 예술인들의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체육계와 예술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방부·병무청과 협의해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yjc@heraldcorp.com
![‘1300원 되면 달러 사야지’ 이 투자 전략은 잘못됐다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6/rcv.YNA.20261001.PYH2026100103030001300_T1.jpg?type=h&h=240)
![“다들 비슷한 것 만드는 시대…남들과 다른 독창성이 해답”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6/news-p.v1.20261002.759f7e60aee346d3b74330d8f01fc194_T1.jpg?type=h&h=240)
![“기술 발전으로 무뎌진 감각 ‘휴먼모드’로 다시 일깨워야”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6/news-p.v1.20261002.2b0f98642d9d4baea3b9d082b678ebfe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