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기본법 ‘AI제작’ 알림 의무화

음원 플랫폼 내 개인 창작물 해석여지

창작자 개인에 표기 의존 ‘제도 한계’

소극적 AI고지 현실 속 기준 마련 시급

멜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머무르의 페이지와 멜론차트 TOP100 3위에 오른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멜론 공식 홈페이지 캡처]
멜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머무르의 페이지와 멜론차트 TOP100 3위에 오른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멜론 공식 홈페이지 캡처]

#.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들었던 노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단 사실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가사 자체의 내용은 물론, 익숙하지 않은 선율에 매료돼 같은 가수 ‘머무르’의 다른 노래를 찾던 중, 머무르가 AI를 통해 만든 노래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이용 중인 음악 플랫폼에서는 AI 활용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최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되면서 AI 창작물에 대한 알릴 의무가 ‘사업자’에 부과되고 있지만, 애매한 기준으로 ‘사각지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AI 음원’이 대표적이다. AI로 제작한 음원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개인의 창작물은 알릴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플랫폼도 이를 고지하지 않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큰 콘텐츠인 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고지 의무 대상이 되는 AI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멜론 등 양대 음원 플랫폼에서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곡정보’에는 AI가 활용된 제작물이라는 고지가 되지 않고 있다. 이 노래는 생성형 음악 AI ‘수노(Suno)’를 통해 생성된 것이다. 작사를 제외한 멜로디, 보컬 등이 모두 AI로 만들어졌다. 해당 노래를 게시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1000만에 육박하며 유튜브 국내 뮤직 차트 2위를 기록 중이다. 멜론·벅스 등 토종 음원 플랫폼 차트에서도 3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음원 플랫폼에서는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창작자 프로필을 통해 창작자가 AI 활용 여부를 스스로 밝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의무화가 아니기 때문에 음원 창작자가 이를 밝히지 않을 경우, 플랫폼 이용자들은 AI 제작물이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는 셈이다.

뒤늦게 ‘AI 제작물’을 알게 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음원 플랫폼 내 댓글에는 “(AI로 만든 줄) 전혀 몰랐다” “정말 충격이다” “역겹지 않나”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은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기본법은 ‘AI 투명성 확보 의무’ 조항에 따라 AI 사업자에 AI 콘텐츠라는 사실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는 사업자에 해당하는 문제일 뿐 개인에 대한 규제는 아니다.

음원 플랫폼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개인 창작자에게 AI 고지 의무 여부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인 만큼 ‘AI 콘텐츠’ 의무 고지 대상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음원에 대한 논의는 저작권 인정 여부 등을 비롯해 한창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입장에서도 AI 정보에 대한 표기를 의무화하거나 AI 음원 등록을 함부로 규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리서치 테크기업 오픈서베이가 전국 남녀 3000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표기 가이드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콘텐츠 표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5.6%였다.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도 54.1%로 나타났다. 고재우·이준영 기자


k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