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처리기간 2023년 76일서 2.4배로 늘어
재심 후 행정소송 공단 패소율 22.3%
영상구술 안내·홍보예산 없어…10월 2일 첫 이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산재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재심사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올해 184일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에서는 5건 중 1건 이상에서 당초 처분이 취소됐다.
원거리 노동자의 이동 부담을 줄이겠다며 올해 도입한 영상구술제도는 9월까지 이용 실적이 한 건도 없어 재심 절차의 신속성과 접근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재 재심사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2023년 76일에서 2024년 108일, 2025년 138일, 올해 7월 기준 184일로 늘었다. 2023년보다 108일 길어져 약 2.4배가 됐다.
처리기간은 길어졌지만 재심을 통해 원처분이 취소되는 비율은 5~6%대에 머물렀다. 원처분 취소율은 2023년 6.17%, 2024년 6.43%, 2025년 5.62%, 올해 7월 기준 5.69%였다.
반면 재심위 재결 이후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의 패소율은 2023년 15.3%에서 2024년 17.9%, 2025년 22.7%로 높아졌다. 올해 8월 기준으로도 22.3%였다. 법원이 원처분을 취소한 사건은 2023년 102건, 2024년 156건, 2025년 209건, 올해 8월까지 146건으로 총 613건이었다.
재심 단계의 원처분 취소율과 행정소송 패소율은 대상 사건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재심을 거친 사건에서도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재심 단계의 권리구제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심위를 거치지 않고 공단의 처분에 대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2023년 이후 올해 8월까지 458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1167건, 2024년 1297건, 2025년 1250건, 올해 8월까지 872건이다. 이들 사건의 공단 패소율은 2023년 12.68%에서 2025년 23.12%로 높아졌고, 올해 8월 기준 20.07%를 기록했다.
재심사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영상구술제도 역시 활용이 저조했다. 올해 도입 이후 9월까지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다가 지난 10월 2일 처음 이용됐다. 영상구술은 청구인이 세종까지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영상으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재심위는 대다수 청구인이 직접 대면구술을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블로그 등에 제도 도입 사실이나 이용 절차를 알리는 별도의 홍보자료는 없었다. 관련 홍보예산도 편성·집행되지 않았다.
올해 1~8월 대면구술은 매달 90~146건씩 진행됐지만 같은 기간 영상구술은 모두 0건이었다. 이동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도 정작 이용 대상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원거리 지역의 재심사 청구 수요는 적지 않았다. 최초요양·유족급여 관련 재심사 청구를 지역별로 보면 부산·울산·경남은 2023년 787건, 2024년 934건, 2025년 1177건, 올해 8월까지 1033건이었다. 이 기간 합계는 3931건으로 집계됐다.
박 의원은 “산재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재심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심리까지 충분하지 않다면 제도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법정 처리기한을 최대한 지키고 개별 사건에 충분한 심의시간을 확보해 재심의 신속성과 내실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거리 청구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든 제도가 홍보 부족으로 사실상 이용되지 않는다면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근로복지공단과 연계해 지역별 재심사 청구 수요를 파악하고, 원거리 청구인이 영상구술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와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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