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미국 Z세대 사이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뒤 죄책감을 느끼는 이른바 ‘배달 죄책감(delivery guil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달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각종 수수료가 붙은 비용과 자신의 소비 습관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버이츠 등 배달 앱 이용이 일상화하면서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배달음식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사는 24세 보모 캐럴라인 볼드리는 대학 시절부터 배달 앱을 거의 매일 같이 쓰고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마다 요리하는 대신 배달을 시키는 것이 익숙하지만, 주문 후 자신을 자책하는 일이 많아졌다.
볼드리는 “어떤 식당에서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달되는 건 꿈같은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러고 나면 ‘와, 난 정말 게으른 쓰레기구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열에 아홉은 자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배달음식으로 약 75달러(약 10만원)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팅 업체 파이낸스버즈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0%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의 39%가 매주 한 번 이상 배달음식을 주문한다고 답해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Z세대 응답자의 45%는 배달음식에 쓴 돈을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7%는 룸메이트나 가족에게 배달 주문 사실을 숨기거나 실제 지출액을 축소해 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네기멜런대의 조이 루 마케팅학과 조교수는 배달음식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을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사치(affordable luxury)’로 설명하면서도 배달 앱의 수수료가 쌓이면 최종 결제 금액에 놀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 교수는 많은 사람이 배달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식적으로 비용을 확인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앱에서 총 지출액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에 조금씩 돈을 쓰는 건 너무 쉽다”고 덧붙였다.
배달음식 소비를 둘러싼 죄책감은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마저 개인의 소비 습관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밀레니얼 세대가 아보카도 토스트나 매일 마시는 라떼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Z세대의 배달음식 소비가 비슷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그러나 생활비 부담을 배달 소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학자 마이크 콘잘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2024년 자료를 인용해 미국 가계의 식비 지출에서 외식보다 식료품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짚었다. 가계가 외식과 배달에만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임대료와 자동차 보험료 등 다른 생활비가 오르면서 배달 주문을 줄이려 하고 있다는 볼드리는 “이 경제는 약한 사람에게 가혹하다(This economy is not for the weak)”고 말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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