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위층 주민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해 징역 25~30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영철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8)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은 징역 30년, 2명은 징역 25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가 반성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5월 9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주민 B씨(50대)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3년 해당 아파트에 입주한 뒤 B씨 가족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소음과 진동이 계속 느껴졌다고 주장한 A씨는 자신의 방에 1270만원을 들여 방음부스를 설치하고 헤드폰을 쓰며 생활했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아파트 인터폰으로 통화하며 다투다 경찰이 출동해 중재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 A씨는 잠을 자던 중 ‘쾅’ 하는 소리와 큰 진동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이후 위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B씨 측에서 소음을 냈다고 의심해 흉기를 챙겨 나왔다. A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B씨와 마주치자 흉기를 휘둘렀다.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엘리베이터에서 B씨를 상대로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두른 뒤 자해하다가 다시 B씨를 공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법정에서 “나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층간소음을 낸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B씨의 딸은 법정에서 “평소 슬리퍼를 신고 소음방지 매트를 설치하는 등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며 “고의로 소음을 내며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층간소음의 실제 발생 원인과 A씨의 정신 상태도 쟁점이 됐다. A씨 변호인 측은 소음이 발생하는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재생하며 A씨가 B씨 가족으로 인해 수년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심신미약도 주장했지만, 전문의 정신감정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해당 아파트에서 배관 하자로 인한 소음과 진동 문제가 발생해 압력탱크 교체 작업이 이뤄진 점을 언급했다. 관련 내용이 엘리베이터에도 공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주장하는 층간소음이 모두 B씨에 의한 것이라고만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해당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살던 주택에서도 이웃이 문을 크게 닫는 소리 등에 심한 불편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법정에서 A씨가 평소 소음에 예민한 편이었으며, 해당 아파트로 이사한 뒤 방음부스까지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자신도 층간소음이 B씨 가족에 의해 발생한 건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목, 폐, 장기 등을 수십 차례 찌르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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