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다가 인공지능(AI) 집필 의혹으로 탈락한 아이티계 캐나다 작가의 소설이 실제로 AI의 도움을 받아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24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나다 퀘벡의 출판사 레디시옹 뒤 보레알은 텔리송 오렐리앵(38)의 소설 ‘그게 아니면 죽음이었다(C’était ça ou mourir)’와 관련해 “최근 며칠 사이 확인된 새로운 정보에 따르면 소설의 집필 과정에 인공지능이 사용됐다”는 성명을 냈다.
오렐리앵은 “기계가 쓴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보레알은 “관계를 끝낸다”고 밝혔다.
보레알은 “이번 주에 나온 결과에서 일부 문서의 메타데이터(파일에 담긴 생성·편집 정보)에서 AI 태그의 흔적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가 어느 정도까지 쓰였는지는 알 수 없으며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보레알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오렐리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렐리앵의 소설은 폭력을 피해 고국 아이티를 떠난 교사가 북미를 가로질러 퀘벡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의 첫 장편 소설로 이미 여러 문학상을 받았고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의혹은 지난달 ‘네 클로드를 고발하라(Balance ton Claude)’라는 이름의 익명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처음 나왔다. 이 계정은 AI 탐지 프로그램 ‘팽그램(Pangram)’으로 분석한 결과 소설 일부가 “거의 전적으로 AI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소설 일부를 팽그램으로 직접 검사한 결과에서 AI로 쓰였을 확률이 100%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공쿠르상을 주관하는 공쿠르 아카데미는 지난달 25일 16편이 오른 1차 후보작 명단에서 이 소설을 제외했다.
아카데미는 “공쿠르상과 아카데미의 진정성을 지키려는 결정”이라며 “아카데미의 핵심 역할은 여성과 남성이 쓴 문학을 알리고 기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글을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아카데미는 오렐리앵의 과거 작품을 둘러싼 표절 의혹도 함께 문제 삼았다.
오렐리앵은 지난 13일 보레알을 통해 낸 성명을 통해 “이단이자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고 “기계가 만든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공쿠르상은 1903년 제정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수상작은 평균 40만 부 넘게 팔릴 만큼 출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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