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애플스토어를 약탈하는 시민. [AFP]
프랑스 애플스토어를 약탈하는 시민. [AFP]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생활고 항의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애플 매장을 턴 약탈범들이 훔친 아이폰에 ‘추적 중’이라는 경고 문구가 뜨면서 조롱거리가 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사흘 전 프랑스 북부 릴에 위치한 애플스토어가 약탈당한 뒤 퍼진 영상에는 한 남성이 훔친 아이폰 화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담겼다.

화면에는 “이 기기를 애플 릴 매장에 반납해 주십시오. 이 기기는 비활성화됐으며 추적되고 있습니다. 현지 당국에 신고될 것입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떠 있었다.

애플 매장의 전시용 기기는 매장 밖으로 반출되면 이를 감지해 작동을 멈추고 위치를 알리도록 설정돼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시위대가 어제 프랑스 릴의 애플스토어를 털었다. 역대급 바보짓”, “2분 뒤면 막힐 아이폰을 가져가다니”, “제품들은 차단되고 위치가 확인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약탈당한 프랑스 애플스토어. [AFP]
약탈당한 프랑스 애플스토어. [AFP]

명품 매장도 표적이 됐다. 보르도에서는 복면을 쓴 무리가 루이비통 매장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에르메스 매장과 보석·화장품·의류 매장이 약탈당했다. 파리에서는 화장품 매장과 슈퍼마켓, 휴대전화 판매점이 털렸다.

이날 거리로 나온 인원은 프랑스 내무부 추산 약 55만명, 노동총동맹(CGT) 추산 약 80만명이다. 시위대는 치솟는 생활비와 열악한 학교 환경에 항의했다. 시위 대부분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까지 함께한 평화 시위였지만 일부 복면 쓴 청년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불을 질렀다.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가 불탔고, 마르세유와 릴,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공격받았다. 리모주 시청은 지붕까지 불길이 번졌다.

시위대. [AFP]
시위대. [AFP]

영국 BBC방송은 19일 프랑스 내무부를 인용해 17일 시위로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약 1000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7명은 중상이라고 전했다. 상점과 사업장 1500곳이 부서지거나 약탈당했고, 3000곳이 추가로 도난당했다.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는 이번 폭동에 따른 보험 손실이 13억~16억달러(약 1조8500억~2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경찰 총격으로 숨진 17세 소년 나엘 사건 당시 폭동 피해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이번 시위는 약 한 달 전 고등학교들에서 시작된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고교생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분노를 키웠고, 17일에는 노동조합과 ‘노란 조끼’ 운동 진영이 주도한 생활고 항의 시위에 학생 단체들이 합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공화국에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며 약탈과 공공건물 공격에 가담한 이들을 기소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6개월 뒤 마크롱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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