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개 전 공정 파업 금지에도 노조 “새로운 싸움” 2차 파업 독려
1차 파업 임금 손실 보전도 없이…이번엔 1인당 최대 30만원 갹출 추진
집행부 “안 내면 징계·탈퇴” 발언에…“부결 시 집행부 총사퇴” 성토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법원의 잇따른 쟁의행위 제한 결정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집행부가 “역사적 파업을 만들자”며 2차 파업을 밀어붙이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1차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조차 아직 보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 집행부가 뚜렷한 출구전략 없이 조합원 1인당 최대 30만원의 쟁의기금 갹출까지 강행하며 파업의 부담과 책임을 오롯이 조합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인당 최대 30만원’ 갹출 공고…“안 내면 탈퇴” 발언에 반발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22일 정오부터 오는 25일 오후 6시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2회 임시총회를 열고 ‘파업 형태 변경에 따른 쟁의기금 조성 및 특별부과금 부과·집행에 관한 건’을 표결을 진행한다.
조합원 1인당 기본 20만원에 추가 10만원을 더해 최대 30만원을 특별부과금 형태로 징수하는 안건이다. 전체 조합원(4008명)에게 일괄 부과될 경우 최대 약 12억원 규모의 자금이 걷히게 된다.
노조 측은 소집 공고를 통해 자금의 사용 목적에 대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파업 형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파업에 따른 부담을 조합원 전체가 나누고 파업 참여자의 임금 손실 보전과 생계 지원에 사용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1일 저녁 진행된 온라인 조합원 설명회에서 집행부 간부의 발언이 화근이 됐다. 한 핵심 간부는 CMS 계좌를 통한 일괄 출금 방침을 밝히며 “내기 싫으면 조합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징계 또는 탈퇴, 개인의 의사를 먼저 표현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미 1차 파업으로 상당한 임금 손실을 본 조합원이 많은 상황에서 2차 파업 비용 갹출까지 요구하자 집행부를 향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파업 찬성표조차 2000표가 안 됐는데 전체 조합원에게 강제로 손실을 떠안기려 한다”라며 “투쟁에 동의하는 것과 20만원을 의무적으로 내는 것은 별개 문제인데 안 내면 불이익을 준다면 조합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방식인가”라고 지적했다.
법원 제동에도 노조 “역사적 파업” 독려…“조합원이 발사대냐”
앞서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지난 16일 배양부터 충전까지 사측이 신청한 9개 핵심 생산공정 전체를 노동법상 ‘보안작업’으로 인정하고 쟁의행위를 금지했다.
지난 4월 1심에서 인정한 후반 3개 공정(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에 더해 배양·정제 등 전반 6개 공정(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까지 금지 범위를 넓히며 위반 시 1회당 2000만원의 간접강제금 지급까지 명했다.
이에 노조는 21일 집회를 취소하고 오는 26일로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을 잠정 연기했다. 사법부 결정 직후 진행된 파업 참여 설문조사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1515명(37.8%)에 그치며 동력이 바닥난 점도 연기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집행부는 파업 방식만 조정하면 2차 파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1일 저녁 온라인 설명회에서 노조의 자문 변호사는 법원 결정을 피해 새로 투입되는 원료(신규 배치)만 작업을 거부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이번 법리적 다툼은 역사적 책무이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새로운 싸움”이라며 2차 파업 동참을 독려했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1차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임금 손실을 아직 보전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가 손실 보전 대책보다 추가 파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임직원은 “역사적 파업이라고 말하지만 자부심이 들기보다는 그냥 발사대가 되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도 “계획은 없고 파업부터 지르는 게 전략이냐”, “결정은 집행부가 하고 책임은 조합원이 지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의 체계 부재 속 누적된 불신 폭발…“부결 시 집행부 총사퇴하라”
결국 이번 20만원 특별부과금 안건 표결이 사실상 2차 총파업 여부를 가르는 중대 기점이 될 전망이다. 부결될 경우 파업 참여자의 손실 보전 수단이 사라져 2차 파업 동력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업 참여율이 30%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꺼내든 쟁의기금 안건을 두고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용 면피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조합원은 “파업을 연기한 시점에 20만원 징수 안건을 올려 부결되면, 투쟁 동력이 약해진 책임을 조합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돌리려는 명분 쌓기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그동안 대의 체계 없이 소수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오며 누적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통상 노동조합은 단위 사업장별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견제·검증하지만, 상생노조는 이 같은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소수 집행부가 쟁의 및 파업 일정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차 총파업 추진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5월 1차 파업 당시 박재성 위원장의 ‘휴가 사용’ 논란 등이 다시 거론되며 집행부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쟁의기금 안건) 부결 시 집행부는 총사퇴하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결정으로 기존 파업 전략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집행부가 강경 투쟁만 고집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뚜렷한 출구 전략 없이 파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조합원들의 피해만 키울 뿐, 노조의 협상력과 내부 결속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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