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47년 기후자료 분석, 늦여름 전선 북상 확인
- 비·더위 동시 발생 최대 19배, 복합재해 대비 시급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반도에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9월 중·하순 전선의 평균 위치가 과거보다 200㎞ 이상 북상해 늦여름까지 폭우와 무더위에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AIST는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이 아태기후센터 문수연·김옥연 박사와 공동으로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7년간의 기후자료를 분석해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북상 추세와 복합재해 위험 증가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동아시아 여름 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가 만나 형성되는 경계로, 여름철 강수량의 약 40%를 만들어낸다. 특히 6월과 9월에는 전체 강수량의 절반가량이 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고해상도 기후 재분석자료에 전선 자동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47년간 6시간 간격으로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최근 20년(2006~2025년)의 여름 전선은 과거 20년(1979~1998년)보다 전반적으로 북쪽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절정기인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전선은 평균 146㎞ 북상했다. 특히 9월 10~30일에는 북상 거리가 213㎞에 달했다. 과거 중국 양쯔강이나 제주도 남쪽에 주로 머물던 늦여름 전선이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까지 올라온 셈이다.
전선의 위치 변화는 강수와 폭염 발생 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선이 북상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북쪽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나고, 남쪽 지역에서는 체감 더위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에는 한반도의 체감 더위 지표인 습구흑구온도(WBGT)가 0.4도 이상 상승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습구흑구온도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온열질환 위험이 커진다.
주목할 점은 폭우와 더위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 위험이다.
분석에 따르면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에는 평년 이상의 강수와 더위가 같은 날 발생하는 빈도가 전선이 남쪽에 머문 해보다 약 8~19배 높았다. 장기적인 기후변화 추세를 제거한 뒤에도 발생 빈도는 3~9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넘어 전선의 위치 변화 자체가 복합재해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여름철 방재 정책은 물론 온열질환 예방, 냉방 수요 관리, 홍수 조절과 수자원 관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관측자료에 기반한 통계적 연관성을 규명한 것으로, 전선 북상의 원인을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직접 규명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향후 기후모델 실험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미래 변화까지 예측할 계획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선의 세기뿐 아니라 위치가 바뀌면서 비와 더위가 찾아오는 장소와 시기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9월은 그동안 여름철 재해 대비의 사각지대였던 만큼 늦여름 폭우와 폭염을 하나의 복합 위험으로 관리하는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기후·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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