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사 상반기 사이버보험 원수보험료 26.4%↑
보장 넓은 패키지 비중 73%…의무보험 5.7%↓
보험硏 “의무보험 한도, 위험 감당하기엔 작아”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내 손해보험사의 사이버보험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법으로 가입이 정해진 의무보험보다 데이터 복구, 영업 중단 손실까지 묶어 보장하는 ‘사이버패키지’ 상품이 성장을 이끌었다.
25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 5개사의 올해 상반기 사이버보험 원수보험료는 3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8억원)보다 26.4% 늘었다. 신계약 건수는 2307건에서 2486건으로 7.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원수보험료도 525억원으로 전년(424억원)보다 23.8% 늘었다.
증가세는 사이버패키지가 주도했다. 상반기 원수보험료는 230억원으로 1년 새 43.5% 늘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4.6%에서 73.3%로 커졌다. 사이버패키지는 개인정보·기밀정보 유출 배상책임뿐 아니라 데이터 복구비용, 기업휴지 손해, 해커에게 지불하는 사이버 협박 비용, 평판 관리 비용까지 보장한다.
반면 의무보험은 뒷걸음질했다.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과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Ⅰ·Ⅱ)의 상반기 원수보험료는 80억원으로 전년 동기(85억원)보다 5.7% 줄었다.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은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가,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은 매출액 10억원 이상이면서 정보주체 수가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인 기업 등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의무보험만으로는 대형 사고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빈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사이버 리스크는 변화가 많아서 리스크 측정이 어려운데, 현재 정해진 한도는 그 예측 불가능한 면을 커버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위험을 측정하고 상품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손해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해킹 방법이 다 다르니까 수법이나 피해 규모 같은 사례들이 축적이 돼야 데이터화되는데, 그런 사례들 자체가 아직은 다른 리스크들에 비해서 적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에선 사이버보험 특화보험사가 대형 보험그룹과 결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사이버보험 특화보험회사의 시장 진입경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안츠 커머셜은 지난 5월 단독 상업용 사이버보험 포트폴리오를 특화보험사 코얼리션에 이관하기로 했다(사업 이관형). 뮌헨 리는 8월 기업가치 5억7500만달러에 앳베이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자본 편입형). 보험업계는 사이버보험 인수 역량이 기술 플랫폼과 대형 자본의 결합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는 사이버보험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안업계가 기술 플랫폼 역할을 하고, 기존 보험사가 자본을 대는 구조다. 이를 위해선 보험사들이 먼저 사이버보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처럼 사이버보험 전담 부서를 둔 곳도 있다”며 “사이버보험 부서를 신설하거나 관련 상품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널리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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