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9일까지 마린 알솝 지휘
공연 2주 앞두고 협연 추가 논란
“기쁜 마음 결정…걱정 끼쳐 죄송”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잔느가 생트 빅투아르 산을 매번 다른 각도와 빛 속에서 그렸듯이 저도 그럴 것입니다.”
음표가 3만 5000개에 달하는 난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닷새 연속 연주, ‘혹사’ 논란에 휩싸인 피아니스트 임윤찬(22)이 꺼낸 이름은 화가 폴 세잔이었다. 세잔은 고향 엑상프로방스의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기 위해 수십 차례 새 도화지를 꺼냈다. 같은 산이었지만 빛과 각도가 바뀔 때마다 그림도 달라졌다.
임윤찬은 “이번 출연은 저와 지휘자 선생님, 오케스트라가 모두 기쁜 마음으로 결정했다”며 “이번 협연 추가로 걱정과 아쉬움을 느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논란은 지난 21일 임윤찬 팬덤 갤러리와 카페 등지를 통해 시작됐다. 이날 임윤찬의 소속사이자 공연기획사인 목 프로덕션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일정 중 다음 달 7일 프로그램을 임윤찬 협연으로 바꾼다고 공지하면서다. 당초 이 공연은 협연자 없이 오케스트라만 무대에 오르는 날이었다. 프로그램에선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이 빠지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들어갔다.
목프로덕션은 “많은 분께서 보내주신 성원에 화답하고자 임윤찬과 알솝의 의지에 힘입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공연 전까지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이번 무대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열 번째 내한 공연으로, 2022년 임윤찬이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한 마린 알솝이 함께 무대에 선다.
당시 무대는 클래식계 슈퍼스타 ‘임윤찬 탄생’의 서곡이었다. 열여덟 살이던 임윤찬은 이 곡으로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을 가져갔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음악이 멈추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질 때 지휘봉을 내려놓은 마린 알솝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이었다. 두 음악가의 해외 공연은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 한국 관객들에겐 무려 4년 만에 같은 곡으로 다시 만나는 만큼 클래식 애호가와 팬들의 관심이 컸다.
당초 임윤찬의 협연은 5일 아트센터인천, 6·8일 예술의전당, 9일 롯데콘서트홀 등 네 차례였다. 소속사의 결정으로 7일이 더해지며 닷새 연속 같은 협주곡을 연주하게 됐다.
팬들의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임윤찬의 체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연주 시간이 40분 안팎에 달하는 난곡이다. 임윤찬은 한국에 오기 전 이달 29~3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이 오케스트라와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12일 동안 여덟 차례 무대에 서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뿐만 아니라, 공식 공지가 나기 전부터 클래식 애호가 커뮤니티에선 임윤찬이 7일에도 나선다는 소문이 돌았다. 남아 있던 7일 좌석은 그사이 빠르게 팔려 나갔다. 다른 날짜의 표를 구하려 예매 전쟁을 치른 관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고,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7일 공연의 객석을 채우려는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일부 팬들은 성명을 내고 결정 과정과 프로그램 변경의 적절성, 예매의 공정성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임윤찬은 이 같은 상황에 ”제 건강을 염려하시는 마음과 처음 안내된 관현악 프로그램을 기다리셨던 마음을 모두 존중한다”고 적었다.
이어 “연이은 공연에 대해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제 상태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한 결정인 만큼, 충분한 휴식과 관리도 함께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우려를 알기에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 3번은 제 인생에서 가장 사랑해 온 곡 중 하나”라며 “이 곡을 혼란과 염려 속에서 연주하고 싶지 않기에, 제 마음도 솔직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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