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리더 CIO “전례 없는 AI 자금조달”
단기 A등급 회사채 금리 연 7% 수준
美국채 10년물 5% 넘어도 매력 밀려
올해 AI 우량채 발행 3000억달러 돌파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채권 투자 책임자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발행되는 우량 회사채가 미국 장기 국채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AI 투자 열풍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단기 회사채에서도 연 7% 수준의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채권과 주식 시장에서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조달되는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며 “지금은 내가 경험한 시기 중 가장 흥미로운 투자 환경”이라고 말했다.
리더 CIO는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발행되는 우량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내내 관련 거래를 검토했고, 상당히 큰 규모로 직접 참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AI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회사채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지만, 채권 투자자에게는 과거보다 유리한 조건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 CIO는 미국 국채보다 우량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웃돌고 있지만 시장의 다른 상품들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다”며 “국채는 핵심 투자처라기보다 주식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만기가 짧은 싱글 A등급 회사채만 매입해도 약 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장기 국채에 수반되는 듀레이션 위험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듀레이션 위험은 시장금리가 변할 때 채권 가격이 움직이는 위험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다. 반면 만기가 짧은 회사채는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위험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채에는 국채와 달리 발행 기업의 신용위험이 따른다.
리더 CIO는 “내 경력의 상당 기간을 7% 금리가 나오는 시기를 기다리며 보냈다”며 현재 채권시장을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투자 기회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우량 기업이 발행한 담보부 채권이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AI 투자와 관련해서는 반도체와 컴퓨팅 분야의 주식 가치평가 수준도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투자 환경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기업들의 공격적인 자금조달에서 비롯됐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연산능력 확보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수천억달러를 조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GPU 구매 등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해 전 세계 AI 관련 우량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대규모 회사채가 쏟아지면서 미국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투자자금을 끌어들이자 국채로 향할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이동하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시장의 자금 흐름까지 바꾸고 있는 가운데, 블랙록은 우량 AI 회사채가 높은 이자수익과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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