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정·물량 확보 효과 긍정 평가 54%…실제 활용은 저조
가격 변동 위험 27.4%로 최대 걸림돌…계약보증·수급예측 개선 시급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산물 가격 급등락을 줄이기 위해 도매시장의 ‘예약거래’를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산지 생산·유통조직 10곳 중 6곳은 최근 1년간 예약거래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계약물량 확보의 어려움이 거래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산물 도매시장의 예약거래 도입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유통통합조직 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예약거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가끔 있다’는 22%, ‘정기적으로 있다’는 18%에 그쳤다.
예약거래는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하기 전에 거래 시기와 물량, 가격 등을 미리 협의하는 방식이다. 농산물이 시장에 들어온 뒤 가격을 결정하는 기존 경매방식과 달리 생산자는 출하계획을 세우고 구매자는 필요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동과 물류비·인건비 상승으로 기존 경매 중심 거래방식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하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거나 기상 여건이 급변하면 도매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거래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가격 안정과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0%, ‘매우 도움이 된다’는 4%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였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실제 거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 위험과 계약 이행 부담 때문이다.
예약거래를 꺼리는 요인으로는 ‘시장가격 변동 위험’이 2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계약물량 조정 어려움’ 16.7%, ‘품질·규격 불일치’ 13.1%, ‘거래상대 신뢰 부족’과 ‘행정·시스템 절차 복잡’이 각각 13.1%로 조사됐다.
예약 당시 정한 가격보다 실제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면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손실을 볼 수 있다. 계약한 물량이나 품질을 맞추지 못할 경우 거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약거래 활성화를 위한 우선 개선과제로는 ‘가격정보·수급 예측 시스템 고도화’가 4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계약이행 보증제도’ 21.9%, ‘거래상대 신뢰도 관리’ 14.1%, ‘계약 표준화 및 전자계약 도입’ 10.9%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예약거래 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다.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6.4%였고, 참여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8.1%였다. 예약거래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예약거래를 활용한 가격 안정과 수급 조절 사례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일본과 대만의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형태의 예약거래가 가격 안정과 공급 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도 주요 농산물을 대상으로 예약거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품목별 특성에 맞는 거래모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 당사자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한 표준계약서와 가격·물량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담할 보험·보증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산단계의 계약재배와 도매시장 단계의 예약거래를 연계하고, 공동선별과 예냉·저장시설 등 물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병옥 KREI 연구위원은 “농산물 도매시장의 예약거래는 기존 경매제도를 보완해 생산자와 유통업체 모두의 거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품목별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생산단계의 계약재배와 도매시장 예약거래를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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