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유족, 인사혁신처 앞 기자회견

주 22시간 수업에 방송·기자재 관리까지

업무와 잡무 과중했다 ‘순직’ 인정 요구

지난해 숨진 충남 아산 탕정중학교 윤범진 교사의 오프라인 추모공간. [교사노조 제공]
지난해 숨진 충남 아산 탕정중학교 윤범진 교사의 오프라인 추모공간. [교사노조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충남 아산 탕정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숨진 고(故) 윤범진 씨 유가족과 교원단체가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윤씨가 수업과 장비 관리에 임시 담임·부장 업무까지 도맡아 업무 부담이 과중했다는 점을 감안하라고 요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충남교사노동조합은 28일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이런 하루하루를 단순히 업무분장표의 한 줄로 평가할 수 없다”며 순직 인정을 외쳤다.

윤 교사는 탕정중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지난해 10월 4일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지난 9월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현재 공무원연금공단의 사실조사와 인사혁신처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윤씨는 46학급, 학생 1300여명 규모의 학교에서 주당 22시간 수업을 맡았다. 학교 전체의 시청각·방송 업무도 담당했다. 전자칠판과 전자교탁 관리부터 교사들의 노트북 설정과 수리까지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교육활동 침해로 담임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진 교사를 대신해 임시 담임을 맡았다. 8월에는 과학정보부장이 됐다. 새 업무가 늘었지만 기존 업무는 곧바로 줄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유가족과 법률대리인은 윤씨가 장비 고장 때마다 본관과 모듈러 건물 2개 동을 오갔다고 전했다. 방학에도 임용시험장 방송장비 설치를 위해 거의 매일 출근했다.

학교에서 끝내지 못한 수업 준비는 집에서 이어졌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정보화기기 유지보수 업무가 외부업체에 위탁됐다”며 “누군가 어떻게든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윤 교사가 9월 말부터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출근을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배우자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지는 구조라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냐”라며 “국가는 남편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교사노조는 충남교육청도 윤 교사가 통상적인 교사 업무 범위를 넘어선 일을 수행했다며 순직 인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두 노조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실제 업무와 누적된 부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학교와 충남교육청에는 누락된 업무까지 확인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각각의 업무를 떼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업무가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며 “이제 국가가 선생님이 감당한 업무와 고통을 온전히 살피고 순직 인정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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