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자산가 된 심경 토로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계속돼”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투자로 10년 만에 자산 91억여원을 일궜다는 40대 직장인이 “생활 걱정은 없어졌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한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직장명이 ‘삼성전자’로 표기돼 있는 이용자 A 씨가 최근 ‘자산 90억인데 얘기할 사람이 한 명도 없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시선을 모았다.

A 씨는 “총자산 90억원 정도, 대출 거의 없어서 순자산도 80억원 후반”이라며 ‘91억 8755만 6942원’이라고 찍힌 계좌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이 정도면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요즘도 걱정은 계속된다”면서 “그런데 이 얘기를 할 데가 없어서 여기 쓴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40대에 기혼 직장인인 그는 약 10년에 걸쳐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으며, 몇 년 전까지 자산액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근래들어 결정적인 몇 번의 판단으로 자산이 갑자기 불어났다.

자산이 급증하자 그에겐 다른 종류의 걱정이 닥쳤다.

A 씨는 “제일 힘든 건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주변에 나 같은 경우가 아예 없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말할 수 없고, 친구한테 하면 자랑이 되고, 고민처럼 말하면 배부른 소리가 된다. 그래서 그냥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는데, 이게 생각보다 외롭다”고 털어놨다.

자산이 늘자 가격을 보지 않고 메뉴를 고르거나, 은행에서 따로 방으로 안내받는 등 “처음 해보는 것들이 생긴다”라며 “기쁘기보다 모르는 세상이 계속 나오니까 이상하다”고 했다.

이어 “걱정도 안 없어지고 종류만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모자라면 어쩌지’였는데 지금은 ‘이거 잃으면 어쩌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돈이 행복을 사준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라며 “생활 걱정은 확실히 없어졌는데 마음이 편해지는 건 별개였다”고 결론 냈다.

A 씨는 또 “퇴사 생각을 매일 하는데 막상 못 하겠다”라며 “일이 좋아서라기보다 회사 그만두면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서”라고 거액의 자산을 일궜음에도 파이어(은퇴)하지 못하는 이유도 적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돈은 있으나 여유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정신과 심리 상담을 받아라”, “몇십억이냐를 떠나서 자기 취향과 만족,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3억이어도 파이어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0억이어도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우리도 100억 정도 되는데, 부모님 친구 직장 형제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다. 그래도 부부끼리 논의 자주 한다”, “믿는 사람이 더 질투하고 시기하고 사람한테 상처받으면 힘들다. 절대 아는 사람들과 뭘 하려 하지 말고, 가족의 행복으로 위안삼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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