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EPA]
러시아군. [EPA]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러시아가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을 속여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 몸에 식별번호를 문신으로 새겨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아요크 수캄토씨는 지난 6월 지인에게 건설 현장 일자리를 소개받아 러시아 모스크바로 건너갔다. 그는 그곳에서 러시아어로 된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번역본을 받지 못해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러시아 국방부와 맺은 입대 계약서였다.

아요크씨는 버스에 태워져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로 끌려갔다. 그는 요미우리에 그곳에서 강제로 군사 훈련을 받으며 열악한 숙식 환경에서 지냈다고 전했다.

아요크씨는 러시아군이 자신의 왼쪽 가슴에 ‘CA-242436’이라는 식별번호를 문신으로 새겨 신원을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나치 독일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의 몸에 식별번호를 새긴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아요크씨는 탈영을 시도했다가 붙잡혀 폭행을 당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에서 러시아군 생활을 강요받았다. 그를 감시하던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지자 아요크씨는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가 투항했고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훈련받는 러시아 병사. [TASS]
훈련받는 러시아 병사. [TASS]

외국인 병사의 몸에 식별번호를 새겼다는 증언은 이전에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앞서 러시아군 소속으로 싸우다 붙잡힌 예멘, 방글라데시, 부룬디 출신 포로들의 가슴에도 개인 식별번호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우크라이나에 관한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당국이 29개국 국민을 속이거나 강압해 러시아군에 들여보냈다며 이는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48개국 국민의 입대 사례를 조사해 이 가운데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의 29개국에서 기만이나 강압의 증거를 확인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스리랑카, 필리핀, 케냐,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나 현지 모집책을 통해 러시아의 민간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높은 급여와 러시아 시민권, 편안한 숙소, 퇴직 연금 등을 약속받았지만,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는 최소한의 군사 훈련만 받고 최전선의 위험한 임무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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