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또는 업무 등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중 다수는 열차를 이용한다. 철도여객운송서비스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2025년 철도 이용자 수는 1억8200만명 이상이다. 전 국민이 연 3회 이상 이용한 셈이다.

또한 코레일과 SR이 올해 9월 1일 통합되면서 기존 KTX 요금이 SRT 요금 수준으로 인하됐고, 마일리지 혜택과 좌석 공급도 확대됐다. 이처럼 철도여객운송서비스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승차권 예매 취소 시 부과되는 위약금은 소비자법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철도여객운송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소비자는 코레일 홈페이지 또는 앱을 통해 승차권을 구입한다. 이 계약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 규율하는 통신판매에 해당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열차 승차권은 철도여객운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소비자는 승차권을 발권한 날부터는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 이는 사업자가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코레일이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인정하지 않고 예매 취소 시기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코레일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배제하려면 ‘승차권 발권 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그런데 코레일 홈페이지와 앱 화면에는 이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승차권을 발권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으며, 코레일은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부과할 수 없다.

코레일과 SR은 2025년에만 위약금으로 약 661억원(코레일 526억원·SR 135억원)을 징수했다. 코레일은 위약금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소비자가 내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고지해야 한다.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고지만으로는 그 의무를 이행했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의 청약철회에 위약금을 부과하는 코레일 약관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무효이다.

다만 이는 현행법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 규정을 철도 승차권 구매계약에 그대로 적용하면, 승차권을 선점해 열차를 이용하려는 다른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청약철회 기간 내에는 위약금 없이 예매를 취소할 수 있으므로, 먼저 승차권을 구매한 뒤 취소하면 다른 소비자는 승차권을 사지 못해 열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취소된 좌석이 출발 직전에야 풀리면 다시 팔리지 않고 빈 좌석으로 운행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철도여객운송서비스제공계약처럼 이행 시기가 확정된 계약에는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배제하고 있다. 이는 이행 시기가 정해진 계약에서는 취소가 곧 사업자의 공급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결국 청약철회권을 그대로 인정하면 소비자 보호는 강화되지만 한정된 좌석의 공공성은 약해진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철도여객운송서비스제공계약에는 청약철회를 배제하고, 적절한 위약금 부과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고형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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