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

모든 물적분할에 부여, 과도한 사전 규제

기업분할 아닌 중복상장 시점에 부여해야

글로벌 경쟁 심화…신속한 사업재편 시급

“중복상장 방지, 원인·처방 어긋나” 지적

지난 4일 국회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주식매수청구권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안도걸 의원실 제공]
지난 4일 국회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주식매수청구권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안도걸 의원실 제공]

기업 물적분할 과정에서 반대 주주에게 부여되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물적분할이 아닌 자회사 중복상장인데 물적분할 단계부터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적시에 이뤄져야 할 사업 재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물적분할 때가 아닌 상장 때 부여하는 출구 제한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국회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주식매수청구권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현행 제도를 물적분할 자체를 막는 입구봉쇄식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실제 문제는 물적분할이 아닌 중복상장임에도 현행 제도는 모든 물적분할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며 “소규모 물적분할에도 예외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 등 주요 경영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22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소액주주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상장기업의 물적분할에도 주식매수청구권이 도입됐다.

다만 자회사의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모든 상장기업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면서 기업의 구조개편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기업이 대규모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물적분할에 찬성하는 주주마저 향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물적분할에도 예외 없이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 역시 개선 과제로 꼽았다.

신 교수는 대안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분할할 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자회사의 중복상장 시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입구봉쇄에서 출구제한으로 변경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한 무조건적인 분할 반대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재편을 주주총회에서 결의받아야 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 속도전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안태준 한양대 교수 역시 규제의 원인과 처방이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물적분할 이후 방향이 반드시 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는 만큼 본래 규제 취지와 맞지 않게 물적분할을 억누르는 현행 제도는 폐지하거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심화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생존을 위해선 기업의 사업재편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기술 추격 등을 언급하며 위기 상황에선 기존 방식으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사업 재편 성공 여부는 사후적으로만 판단되는 것이며 사전에 알 수 없음에도 물적분할 자체를 차단하는 건 과도한 사전 규제”라며 “이번 규제 개선 논의는 주주 보호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신속히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현행 주식매수청구권의 법적 근거와 제도적 문제점도 짚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명시적인 위임 규정 없이 시행령으로 물적분할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채권자보다 먼저 기업 자금을 회수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권 교수는 “과거 법무부에서도 소규모 물적분할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이력이 있다”며 “기존 연구자료 등을 토대로 국회 논의에 활용할 근거자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도 나왔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배경인 주주 보호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수많은 물적분할 중 LG화학 사건 하나 때문에 전체 물적분할이 막힌 배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주와 소통이 실질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주주총회는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방법으로라도 주주와 소통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소통의 부재가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에 개별 기업뿐 아니라 경제단체 차원에서도 주주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과 소액주주 보호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기업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정완 기자


jeong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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