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1962년 0.05%에서 57년 만인 2019년 0.03%로 하향

2025년 음주운전 단속 10만6637건 중 재범 43.7%…7회 이상 상습범은 오히려 늘어

기준 낮춘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재범률은 42.2~45.4% 큰 변화 없어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던 음주운전 차량이 정상 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교통사고 현장. [연합]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던 음주운전 차량이 정상 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교통사고 현장. [연합]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낮춘 지 6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10건 중 4건 이상은 이미 적발된 적이 있는 재범자였다.

5일 경찰청의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음주운전 단속 10만6637건 가운데 재범자는 4만6556건으로 43.7%를 차지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낮추기 직전 해인 2018년 재범자 비율은 44.7%(16만3060건 중 7만2892건)였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한국이 1962년부터 57년 동안 유지해 온 0.05% 기준을 2019년 6월에야 낮춘 숫자다. 일본은 같은 수준의 기준을 17년 앞선 2002년에 도입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은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인 경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청은 시행 두 달 전인 2019년 4월 정부 정책포털 정책브리핑을 통해 개정 도로교통법을 알리면서 기준을 낮춘 이유를 “술을 조금만 마시면 운전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없애겠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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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버틴 0.05% 기준, 국회 문턱 넘기까지

혈중알코올농도 0.05% 기준은 1962년 도로교통법 시행령에서 정해졌다. 음주운전 판단 기준은 이후 40년 넘게 대통령령에 머물렀다. 2005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법률에 직접 명시됐다.

음주운전 기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0.03%로 낮추자는 정부안은 2019년 개정보다 8년 앞서 나왔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11년 6월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년) 공청회에서 음주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토해양부 방안은 당시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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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도 0.03% 하향 법안이 꾸준히 올라왔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15년 2월까지 계류돼 있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경찰청도 2016년 3월 0.03% 강화에 대한 전국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은 2018년 말에야 이뤄졌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국회 안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당시 정연호 국회 전문위원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0.03% 이상 0.08% 미만인 경우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 하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적었다.

정 전문위원은 “음주측정기 오류 및 위드마크 수치의 한계 등 문제로 0.05%의 경미한 초과 시에는 음주입증이 쉽지 않아 법정다툼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준을 더 낮추면 법적 분쟁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0.03~0.05% 구간을 처벌할 필요가 있더라도 과태료나 면허정지 같은 행정처분부터 시행한 뒤 형사처벌로 넓히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냈다.

같은 검토보고서에서 처벌이 확실히 이뤄진다고 인식하는 운전자일수록 음주운전 가능성이 낮아지고, 습관적인 음주운전자는 처벌보다 치료를 통한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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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낮추고 벌금 6배…한국은 재범 그대로

국회는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윤창호씨가 45일 만에 숨진 뒤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른바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린 개정 도로교통법은 2019년 6월 25일 시행됐다. 단속 기준이 1962년 0.05%로 정해진 지 57년 만이다.

반면 일본은 2002년 도로교통법을 고쳐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호흡 1리터당 알코올 0.25㎎(혈중 0.05% 상당)에서 0.15㎎(혈중 0.03% 상당)으로 낮췄다.

일본 법무성 자료에 따르면 개정 이유는 두 가지다. 0.25㎎ 미만 음주운전의 사망·중상 사고율이 높게 나타났고, 다시 실험한 결과 0.15㎎ 이상부터 운전에 영향이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이 2023년 6월 발표한 ‘KIRI 리포트 포커스: 일본과 미국의 음주운전 억제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2002년 도로교통법 개정 당시 음주운전 벌금도 6배 올렸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2000년 1276건에서 2022년 120건으로 빠르게 줄었다. 일본은 2026년 7월에는 위험운전치사상죄에도 호흡 1리터당 0.5㎎이라는 수치 기준을 새로 적용하고 있다.

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
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

유럽은 대부분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음주운전 처벌 기준으로 사용한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 집계에 따르면 스웨덴·노르웨이·폴란드·에스토니아는 0.02%, 체코·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는 0%로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도 기준을 따로 정했는데 0.08%로 유럽에서 가장 느슨하다.

미국은 유타주를 뺀 모든 주가 혈중알코올농도 0.08%를 적용한다. 유타주는 2018년 기준을 0.05%로 낮췄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022년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연구를 인용해 유타주의 치명 사고율이 2019년 19.8%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미국 나머지 지역의 치명 사고율은 5.6% 감소에 그쳤다.

톰 채프먼 NTSB 위원은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낮추면 미국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의 실제 결과가 다시 입증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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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주운전 사고는 줄고 있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5년 음주운전 사고는 1만351건으로 전년보다 6.2% 줄었고, 사망자는 121명으로 12.3% 감소했다.

다만 재범자 비율은 기준을 낮춘 뒤에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청의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음주운전 단속 10만6637건 가운데 이전에도 적발된 적이 있는 재범자는 4만6556건으로 43.7%였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낮추기 직전 해인 2018년 재범자 비율은 44.7%(16만3060건 중 7만2892건)였다.

0.03% 기준이 시행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재범자 비율은 42.2~45.4% 사이를 오갔다. 같은 기간 전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018년 16만3060건에서 2025년 10만6637건으로 줄었다. 7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 단속은 2018년 866건에서 2025년 93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보험연구원 리포트는 일본 사례를 들어 처벌 기준을 낮추는 것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함께 가야 음주운전 억제 효과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기준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2025년에도 음주운전 단속 10건 중 4건 이상은 재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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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5503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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