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묶여 있던 반려견들에게 37분 동안 비비탄을 쏴 한 마리의 눈을 잃게 한 20대 3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막을 법적 수단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학대 행위를 처벌하지만, 처벌받은 사람이 다시 동물을 키우거나 입양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법원이 동물학대범에게 최대 5년 동안 동물 사육을 금지할 수 있는 ‘동물사육금지명령’ 제도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내년 10월 28일에 시행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김은수 판사는 지난 3일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3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주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1명에게 징역 2년, 나머지 2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8일 오전 1시쯤 경남 거제시 일운면의 한 식당 마당에 들어가 묶여 있던 반려견들을 향해 불법 개조한 비비탄 권총을 37분가량 난사했다.
범행 당시 3명 가운데 2명은 현역 해병대원이었다. 반려견들이 개집 안으로 몸을 피한 뒤에도 사격을 멈추지 않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이마 쏴, 이마”, “넌 오늘 죽었어”라는 말소리가 담겼다.
반려견 ‘매화’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한쪽 눈을 적출했다. ‘깨’는 이가 부러지고 신경계가 손상돼 치료를 받다가 지난 5월 19일 숨졌다. ‘솜솜이’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다음 날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반려견들에게 비비탄총을 여러 차례 발사해 상해를 입히고 고통을 가하는 동시에 재물을 손괴했다”며 “범행 수단과 방법, 정황 등을 비추어봤을 때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 견주 측은 가해자들에게서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합의는 없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와 해병대예비역연대는 각각 12만명과 10만명의 서명을 모아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갖추지 못한 현역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1명의 엄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학대범 ‘사육금지’ 내년 10월부터…이번 판결엔 적용 안 돼
학대범의 동물 사육을 막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29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개정안을 공포했고 시행일은 2027년 10월 28일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법원은 동물학대 범죄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사람에게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할 수 있다.
금지 기간에는 보호관찰을 받고 명령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학대범이 키우던 동물의 소유권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져갈 수 있다.
학대 전력자가 지자체에서 동물을 기증받거나 분양받는 것도 일정 기간 제한된다. 학대 혐의로 기소된 소유자에게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보호 중인 피해 동물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거제 사건 피고인들은 제도 시행 전에 형을 선고를 받아 사육금지명령 대상이 되지 않았다. 형기를 마치면 이들이 반려동물을 다시 키우거나 사는 것을 막을 근거는 없다.
영국은 기간 제한 없이 ‘평생 금지’
영국은 학대범의 동물 사육을 오래전부터 막아 왔다. 영국 동물복지법(2006년) 제34조에 따르면 법원은 동물학대·방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동물을 소유하거나 키우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동물을 사고팔거나 운송하는 일까지 함께 막을 수 있고 금지 대상을 모든 동물로 할지 특정 동물로 할지도 법원이 정한다.
금지 기간에는 상한이 없다. 영국 양형위원회 지침은 법원이 범행 정황과 피고인의 앞으로의 동물 돌봄 능력,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 정도를 따져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평생 금지도 내릴 수 있다. 명령을 어기면 그 자체로 범죄가 돼 최대 6개월의 구금형이나 상한 없는 벌금형을 받는다.
법원이 사육 금지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면 공개 법정에서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학대범에게 사육 금지를 내리는 것이 원칙으로 내리지 않을 때 판사가 설명해야 하는 구조다.
국내 사육금지명령의 최장 기간은 5년이다. 농식품부는 하위법령을 마련해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시행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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